1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동영상 연설에서 미군이 이란 내 미사일 시설 파괴 작전에 한해서만 영국 군사 기지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기지는 인도양에 있는 옛 영국령 차고스 제도(諸島) 디에고가르시아 그리고 잉글랜드 페어퍼드 두 곳의 공군 기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1일(현지시간)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동영상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이란을 겨냥한 공격에 나선 미군이 영국 공군 기지 두 곳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배경을 국민에게 설명했다. SNS 캡처 |
앞서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해 이란 최고 지도자(라흐바르) 알리 하메네이(86)가 사망했다. 이와 관련해 스타머 총리는 “영국은 초기 공격에 가담하지 않았으며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군사 행동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영국은 이라크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라크의 실수’란 2003년 미국 조시 W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 아래 이라크 침공을 단행했을 때 영국 토니 블레어 정부도 연인원 약 4만5000명의 병력을 보내 함께 싸운 것을 뜻한다. 당시 미국은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2006년 사망) 정권에 의한 대량살상무기(WMD) 제조·비축을 명분으로 들었고 영국도 그에 동의했다. 하지만 전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라크에 WMD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라크 전쟁으로 영국은 커다란 인명 손실을 입고, 블레어는 국제사회에서 ‘부시의 푸들’이란 비웃음을 샀다.
앞서 영국 언론은 이란 공습 직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타머 총리에게 영국 공군 기지 두 곳의 사용권을 요청했으나, 스타머 총리가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커다란 실망감과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지난 2월28일(현지시간) 이란 공습에 앞서 트럼프는 미군이 영국 공군 기지 두 곳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스타머는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트럼프는 커다란 실망감과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게티이미지 |
영국 정부는 결정을 번복한 이유로 중동 지역에 거주하는 영국인 보호와 이란군의 ‘초토화 전략’(scorched-earth strategy) 추구를 꼽았다. 스타머 총리는 “걸프 지역 내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영국의 더 많은 역할에 관한 요청을 받았다”며 “영국인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총리로서 저의 의무”라고 말했다. 걸프 지역의 파트너 국가들이란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을 의미한다. 영국 정부는 이들 국가에 현재 약 20만명의 영국인이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보복 차원에서 미·영과 친한 걸프 지역 국가들에 대대적인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란이 쏜 미사일이 영국 시민들이 머무는 공항과 호텔 등을 강타했다”며 “바레인에서는 영국인 사망자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란의 무차별적인 미사일 발사를 억지하려면 이란군의 미사일 저장고 및 발사대를 공습해 무력화하려는 미국의 작전을 영국이 도와야 한다는 논리인 셈이다. 이란은 탄도미사일만 3000기 넘게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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