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가 7일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C조 2차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3회말 우중간 솔로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26.3.7 도쿄 연합뉴스 |
지난 8일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 호주의 경기. 이날 4-3으로 승리를 거둔 일본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나와 기쁨을 만끽하려다 말고 일렬로 도열해 경기장 어딘가를 바라봤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시선 역시 같은 곳을 향했다.
이들이 쳐다본 곳에는 나루히토 일왕 일가가 있었다. 나루히토 일왕, 마사코 왕비, 아이코 공주가 경기장을 찾았던 것. 나루히토 일왕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마사코 왕비와 아이코 공주는 푸른색 계열의 겉옷을 입고 있었다.
왕가의 깜짝 방문은 일본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일본 현지 매체에 따르면 ‘천람 경기’(일왕이 관전하는 경기)는 1966년 이후 60년 만이다. 히로히토 일왕 부부가 1959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스의 경기를, 1966년 일본 대표팀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경기를 관람한 것을 포함해 세 번째이기도 하다. 다만 나루히토 일왕은 즉위하기 전인 2006년과 2009년 도쿄 돔을 찾아 WBC 경기를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루히토(왼쪽부터) 일왕, 아이코 공주, 마사코 왕비가 8일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 호주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6.3.8 도쿄 AP 뉴시스 |
앞서 한일전이 끝나고 대회 조직위 측에서는 취재진에게 일왕이 이날 경기에 방문하니 기존 통행로 이용이 전면 금지된다는 공지문을 안내하기도 했다. 해당 문서에는 ‘천황폐하’(天皇陛下)라는 일본식 표현이 쓰여 있었다.
경기 후 일왕 일가가 주변 다른 귀빈들과 인사하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과 선수들에게 인사를 하는 동안 장내가 숙연했다. 평소 승리팀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오타니 쇼헤이(다저스)를 비롯해 일본 야구 대표팀 선수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양손을 모은 채 귀빈석을 바라봤고 일왕 일가가 퇴장할 때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루히토 일왕 일가를 바라보는 일본 선수들. 2026.3.8 도쿄 류재민 기자 |
일왕의 방문을 두고 현지에서는 ‘일본 야구의 역사적인 날’이라는 표현 등이 쓰였다.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야구대표팀 감독도 “60년 만에 천람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와중에 무라카미 무네타카(시카고 화이트삭스)는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나루히토 일왕이 지켜본 경기에서 일본은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4-3 승리를 거뒀다. 이 승리는 한국에게 희박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경우의 수’를 남겼고, 한국은 9일 호주전에서 7-2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17년 만의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도쿄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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