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UPI] |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군사작전을 종료하고 협상에 나서는 조건으로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면서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조건 항복’을 합의조건으로 앞세운 것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목표가 수시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첫날 이란의 핵 프로그램 등 미국에 대한 임박한 위협을 제거해 미국인을 보호하는 것이 작전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란 정권에 대해서는 이란 국민이 미국의 공격을 계기로 신정 체제를 전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권교체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대신 미국의 공격을 계기로 이란 국민의 반정부 봉기를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미국의 목표는 이란 핵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파괴하고, 이란이 미국과 동맹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갖추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정권 교체 개입에는 선을 그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역시 지난 4일 이란에서 ‘국가 건설’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이란의 차기 지도부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드러내며 입장을 바꿨다. 그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가 차기 지도자로 거론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베네수엘라 사례처럼 후계 구도에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협상 조건으로 ‘무조건 항복’을 제시하면서 차기 지도자가 종교 지도자이든 민주주의 체제이든 상관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놓았다.
NYT는 개전 이후 일주일 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목표가 계속 바뀌었다며 사실상 10여개에 달하는 서로 다른 버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단일한 목표가 아닌 여러 ‘목표들’이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라는 것이다.
참모진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서로 다른 메시지가 나오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무조건 항복’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아 전쟁 장기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란은 공개적으로 항복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해 미군 기지가 있는 아랍 국가들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중동 전역으로 충돌이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강경파인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여전히 권력 핵심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차기 지도자로 거론되는 모즈타바 역시 강경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해 항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염두에 둔 ‘무조건 항복’의 역사적 사례가 이란에는 적용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등에 적용됐던 모델은 종파 갈등과 다양한 소수민족이 존재하는 이란의 정치·사회 구조와는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란과 가장 유사한 사례로는 이라크 전쟁이 거론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국가 건설 정책을 실패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기존 이란 정권 내부 인사가 차기 지도부가 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백악관은 ‘무조건 항복’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도 보였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해당 발언의 의미에 대해 “이란이 더 이상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고 ‘장대한 분노’ 작전의 목표가 완전히 달성됐다고 판단되는 시점이 되면 이란은 스스로 그렇게 선언하든 안 하든 무조건적인 항복 상태에 놓인다는 것”고 설명했다.
이는 ‘무조건 항복’의 판단 기준이 이란의 선언 여부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레빗 대변인은 “솔직히 말해 그렇게 선언할 사람도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최고지도자를 포함해 이란의 이전 테러 정권 지도부 50명 이상을 제거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