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할리우드에 동양계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브리저튼’의 네 번째 시리즈 주인공으로 발탁된 하예린이 그 주인공이다.
‘브리저튼’은 19세기 초 리전시 시대(1811∼1820) 영국의 명망높은 브리저튼 가문이 배경인 로맨틱 판타지 시대극이다.
하지만 여느 시대극과 달리 다양한 인종이 영국 왕족과 귀족가문을 연기하는 게 특징. 시즌1을 통해 주목받은 흑인 배우 레게 장 페이지는 브리저튼 가의 장녀 다프네(피비 디네버 분)와 교제하는 헤이스팅스 공작 사이먼으로 분해 글로벌 인지도를 높였다.
시즌2에서는 인도계 영국 배우 시몬 애슐리가 브리저튼 가문의 장남 앤소니(조나단 베일리 분)와 교제 끝에 결혼하는 케이트를 연기했다.
시즌3는 모두 백인 배우였지만 전형적인 미인과 거리가 먼 배우 니콜라 코클란이 브리저튼 가문의 삼남 콜린(루크 뉴턴)과 결혼하는 페넬로페로 극을 이끌었다.
다양한 인종과 외모의 배우들이 출연하면서 ‘브리저튼’은 인종과 국경을 뛰어넘은 판타지 로맨스물로 자리매김했다. 시즌4에서는 한국계 배우 하예린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는 사생아 출신으로 계모의 계략으로 하녀로 전락한 소피백역을 연기한다. 우연히 가면무도회에 참석할 기회를 가진 소피는 이곳에서 브리저튼가의 바람둥이 차남 베네딕트(루크 톰프슨)의 마음을 훔치며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된다.
4일 서울 명동의 한 카페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하예린은 “‘브리저튼’ 시리즈의 인기가 실감되지 않는다. 그저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원로배우 손숙의 외손녀로 잘 알려진 하예린은 호주에 거주하며 한국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종종 한국을 찾곤 한다. ‘브리터즌’ 시리즈의 오디션 응시 역시 태안 롯데마트에서 어머니랑 장을 보다 에이전트의 전화를 받으면서 비롯됐다.
하예린은 “어머니가 태안에 계셔서 장을 보고 있었는데 에이전트가 ‘브리저튼’ 오디션을 위한 ‘셀프테이프’(오디션을 위해 배우가 자신의 연기를 직접 촬영한 영상물)를 준비하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붙을 줄 모르고 ‘셀프테이프’를 보냈는데 줌오디션을 본다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그렇게 그는 약 3차례에 걸쳐 줌오디션을 통해 ‘브리저튼’ 팀에 합류했다. 최종 합격 소식은 서울 강남역에서 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 받았다. 하예린은 “어머니와 점심을 먹던 중이었는데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예린은 “나보다 더 재능있고 실력있고 아름다운 배우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루크 톰프슨만 바라보며 최선을 다해야겠다 생각했는데 루크가 내 그런 모습이 보였다고 하더라”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19세 관람가인 ‘브리저튼’은 매 시즌마다 파격적인 베드신이 포함됐다. 하예린은 “외할머니(배우 손숙)가 그 장면까지 다 보셨다며 ‘민망하다’고 하셨다”며 웃었다.
그는 할리우드의 ‘인터머시 코디네이터’(배우 간 신체적 접촉이나 노출 등의 장면을 촬영할 때 촬영 환경이나 배우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지원하는 직종)이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하예린은 “한국은 서구대비 미의 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에 고민이 컸다. 다행히 ‘인터머시 코디네이터’ 덕분에 안전하게 수위있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외할머니 손숙은 하예린이 연기에 입문하게 된 코어이자 영감을 주는 뮤즈다.
그는 “어린 시절 할머니 연극을 종종 보곤 했다. 제목은 생각 안나지만 1인극 (‘그여자’로 추정)이었는데 베개를 아기처럼 들고 운는 장면이었다. 관객들이 눈시울을 적시는 걸 보며 이게 예술의 힘이구나 싶었다”며 “할머니는 내게 늘 영감을 주신다. 오늘 오전에도 만났는데 예전에는 ‘손숙 손녀 하예린’이었지만 이제 ‘하예린 외할머니 손숙’이라고 소개하신다”며 웃었다. 6일 출국하는 그는 5일 손숙이 출연하는 연극 ‘노인의 꿈’을 관람할 예정이다.
‘브리저튼’을 통해 단숨에 동양계 신데렐라가 됐지만 그는 여전히 할리우드에 만연한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하예린은 “예전보다 동양인 배우들의 오디션 기회도 많아지고 유색인종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며 “내가 동양인 전체를 대변한다 하기엔 길이 멀지만 변화를 선도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지만 한국이름인 하예린을 고수하며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 그는 “엄마가 영어이름을 지어주지 않아서 더 좋았다. 앞으로도 쭉 ‘예린 하’라는 이름으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알리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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