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은 정리습관 대표가 발견한 시장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였다. 정리를 못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정리 시스템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는 정리를 "생활 구조를 재설계하는 영역"으로 봤다.
기존 정리 업체 대부분은 방문 견적이 필수다. 집을 미리 공개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 현장에서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불안, 견적을 위해 시간을 비워야 하는 불편함, 그리고 서비스 간 명확한 비교가 불가능한 구조. 정 대표는 "왜 이 시장만 아날로그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사진 업로드 기반의 '원클릭 견적'을 만들었다. 단순한 편의성 향상이 목적이 아니라, 정리를 결정하기 쉬운 서비스로 만들고 싶었다. 정 대표는 "공간을 데이터로 해석한다. 공간 유형, 물량, 난이도, 동선 구조를 기준으로 견적을 산출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공간을 데이터로 분해해요. 감으로 가격을 말하지 않죠."
창업 초기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시장에 표준이 없다'는 것이었다. 가격은 제각각이고, 서비스 범위와 품질 기준도 들쑥날쑥했다. 그래서 오히려 기회를 봤다. 표준을 세우면 된다는 판단이었다. 이전 커리어에서 배운 교훈은 분명했다. 고객은 결과가 아니라 신뢰 가능한 구조를 산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노동이 아니라 구조 중심 모델로 접근했어요. 정리를 수행하는 회사가 아니라, 분석하고 설계하고 개선하는 회사로 모델을 설계한 거죠."
정리습관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이렇다. 정리로 시작해 공간을 분석하고 생활 구조를 설계하는 회사. 정 대표는 "많은 이들이 정리를 단순히 '물건 정리'로 접근한다. 우리는 그렇게 접근하지 않는다. 공간을 데이터 단위로 보고 구조를 재설계한다"고 설명했다.
부가세와 식대까지 포함한 투명 가격 정책을 도입한 이유는 단순하다. 정리는 심리적으로 부담이 있는 소비인데, 가격마저 불투명하면 신뢰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기존 정리 업체들과의 가장 큰 차이는 세 가지다. 방문 견적 중심 대신 데이터 기반 사전 산정, 작업 중심 접근 대신 구조 설계 접근, 비전문 인력 구조 대신 공간별 전문 매니저 구조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고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이것이다. 이는 정리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 설계의 문제다. 물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동선을 다시 만들고 사용 빈도를 기준으로 배치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방, 옷장, 아이방을 나눈 이유는 명확하다. 공간마다 사용 방식, 동선, 리스크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주방은 작업 동선 중심, 옷장은 분류 체계 중심, 아이방은 성장 단계 중심이다.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최근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는 이사 후 전체 구조 세팅, 아이방 구조화, 주방 최적화다. 특히 출산 이후나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단계에서 공간 재설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단순 정리 요청이 아니라, 생활이 바뀌었으니 공간을 설계해달라는 요청이다.
처음부터 하나의 기준을 세웠다. 비숙련 인력 기반 모델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정리는 단순 노동이 아니라 공간 설계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 경력자 구조로 시작했다. 평균 경력 5.3년이라는 수치는 단순히 오래 일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장에서 다양한 케이스를 경험한 사람이라는 의미다.
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세 가지다. 공간 설계 사고력, 고객 커뮤니케이션 능력, 현장 문제 해결력. 정리는 매뉴얼대로만 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현장에서 즉각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매칭도 단순 스케줄 우선이 아니다. 공간 유형 경험, 해당 공간 작업 이력, 고객 평가 데이터, 지역 동선 효율을 종합해 결정한다.
"우리는 노동 집합 플랫폼이 아니라 전문가 네트워크 기반 공간 설계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인력이 많아질수록 흔들리는 구조가 아니라, 인력이 늘어날수록 데이터가 쌓이는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정리 작업은 완료로 끝나지 않는다. 수납 기준 설명, 물건 배치 이유 공유, 유지 체크 포인트 안내, 가족 구성원별 사용 가이드까지 제공한다. 왜 이 위치에 배치했는지를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 없이는 유지도 없다.
정리가 다시 흐트러지는 이유는 대부분 의지 부족이 아니라 구조 과부하다. 너무 정교하게 설계하면 오히려 유지가 어렵다. 그래서 완벽보다 유지 가능성을 우선한다. 초기에는 수납을 꽤 정교하게 설계했지만, 일부 고객이 유지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방향을 바꿨다. 완벽한 정리에서 유지 가능한 구조로. 지금은 유지 난이도를 낮추는 설계를 더 우선시한다.
기억에 남는 사례는 아이방 정리 이후 아이의 행동이 바뀐 경우다. 아이 스스로 물건 위치를 이해하고 정리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 아이의 부모가 남긴 말이 인상적이었다.
"정리가 아니라 아이 습관을 설계해주셨네요."
2025년 연매출은 약 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배 성장했다. 2026년에는 4배 성장을 목표하고 있다. 정 대표는 매출 규모보다 매출 구조를 더 중요하게 본다. 초기에는 시장 표준을 만드는 데 집중했고, 그 과정에서 자동화·표준화·매뉴얼 정교화에 투자했다. 지금은 구조가 안정화되면서 운영 효율성이 개선되는 단계다.
시드 투자는 소풍벤처스, 씨엔티테크, 다날투자파트너스-코맥스벤처스로부터 받았다. 마케팅 중심의 자금 소진이 아닌, 모델 고도화 중심으로 투자를 집행했다.
가장 어려웠던 결정은 빠른 확장과 표준 정교화 사이의 선택이었다. 시장 반응이 좋을 때 속도를 내고 싶은 유혹이 있었다. 하지만 속도를 늦추고 표준과 품질을 먼저 다듬는 쪽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년에서 5년 후, 정리습관은 한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공간 설계 플랫폼이 되고 싶다. 정리를 잘하는 회사가 아니라, 공간을 가장 잘 이해하는 회사. 목표는 예쁜 집이 아니라, 유지 가능한 집,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집, 가족 간 갈등이 줄어드는 구조다.
"정리는 단순 서비스가 아니라 생활의 인프라라고 생각합니다. 공간이 안정되면 삶의 에너지가 다른 곳에 쓰입니다."
정리 시장에는 아직 세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가격의 비표준화, 인력 비전문화 구조, 결과 중심의 접근이다. 정리는 감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설계와 기준이 필요한 영역이다. 정 대표는 "노동 집약 서비스로만 인식되는 구조를 전문 직군 기반 산업으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집중하는 것은 공간 진단 모델 고도화, 리텐션 구조 설계, 전문가 네트워크 안정화다. 빠르게 커지는 회사보다 단단하게 확장하는 회사를 선택했다.
"정리습관은 '정리 서비스'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공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활 구조를 설계하는 회사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데이터로 보고, 구조를 설계하고, 유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창업가의 집념이 아날로그로 남아 있던 정리 시장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주목된다.
문지형 스타트업 기자단 jack@rsqu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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