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자회견 중인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9일(현지시간)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AFP·로이터·안사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군사행동을 개시할 것이라는 가설을 믿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멜로니 총리는 "군사력 사용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라며 "난 그 선택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군사적 선택 언급에 대해서는 "미국의 안보·이익 측면에서 전략적인 지역에서 다른 외국 세력의 과도한 개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라는 해석을 내놨다.
최근 미국이 그린란드 매입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공언하면서 나토 동맹국 간 무력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이런 우려와 관련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북극 지역에서 그린란드를 포함한 동맹국들의 존재감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그래야만 미국의 우려에 함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년기자회견 중인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
멜로니의 이날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는 다른 유럽 주요국과 비교된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지난 7일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겨냥해 "세계가 도적 소굴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전날 "미국이 점차 일부 동맹국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멜로니 총리는 유럽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밀착한 지도자로 꼽힌다. 작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유일하게 참석한 유럽 정상이기도 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라며 "국제법은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해 유럽이 러시아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이제 유럽도 러시아와 대화할 때가 왔다"라며 "유럽이 두 당사자 중 한쪽과만 대화한다면 긍정적 역할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효율적인 대화를 위해 러시아와 대화할 특사 임명을 제안했다.
러시아를 주요 7개국(G7)에 추가해 G8 체제를 복원해야 한다는 미국의 제안에는 "절대적으로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신년기자회견 중인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
국내 문제와 관련, 멜로니 총리는 성장과 안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에너지 요금 인상을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3월 예상되는 국민투표에서 사법 개혁안이 통과되면 조기 선거를 치를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는 "고려 대상에 없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국민투표가 부결되더라도 사임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 개혁안에는 공공자금 사용을 감독해 온 감사원의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멜로니 정부는 좌파 성향의 판사들이 공공사업에서 이민 정책까지 정부 정책을 방해하고 있다며 사법부와 자주 충돌한다.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신년 기자회견 |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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