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연합뉴스는 AFP통신 등 외신을 인용해 레오 14세 교황이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삼종기도를 마친 뒤 모인 신자들에게 "분쟁이 확산할 경우 사랑하는 레바논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이 다시 한번 심각한 불안정에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교황은 "폭탄의 으르렁거림이 멈추고 무기가 침묵하며, 모든 사람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는 대화의 장이 열리도록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미국 출신으로 2025년 5월 즉위한 레오 14세 교황은 국제 분쟁과 관련해 비교적 분명한 평화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EPA연합뉴스 |
교황의 발언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이후 중동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해서도 군사작전을 강화하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교황청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또한 지난 4일 "어떤 국가도 '예방 전쟁'을 할 권리가 없다"며 선제공격 정당화에 대해 비판했다.
이번 충돌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됐다. 공습 과정에서 이란 최고지도자(라흐바르)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해 이란군 지휘관 등 핵심 인사 수십 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측에서도 10명 안팎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지역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는 가운데 교황은 분쟁이 본격화한 직후부터 연이어 평화 메시지를 내고 있다.
특히, 교황은 군비 경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 5일 발표한 메시지에서 "국가 지도자들이 죽음을 초래하는 계획을 버리고 군비 경쟁을 멈춰야 한다"며 세계 지도자들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또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군비 감축과 평화'를 위한 기도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은 "하나님은 우리를 전쟁이 아니라 친교를 위해, 파괴가 아니라 형제애를 위해 창조하셨다"며 "세계 평화를 위해 각국이 무기를 내려놓고 대화와 외교의 길을 선택하기를 간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마음에서 증오와 원한, 무관심을 내려놓도록 도와주시어 우리가 화해의 도구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나아가 교황은 "진정한 안보는 공포에 기반한 통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신뢰와 정의, 연대에서 나온다"고 강조하며 "핵 위협이 다시는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지난 5일 발표한 메시지에서 "국가 지도자들이 죽음을 초래하는 계획을 버리고 군비 경쟁을 멈춰야 한다"며 세계 지도자들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AFP연합뉴스 |
한편, 미국 출신으로 2025년 5월 즉위한 레오 14세 교황은 국제 분쟁과 관련해 비교적 분명한 평화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실제로 교황은 앞서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하기 위해 군사 작전을 벌였을 당시에도 "외국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안보와 평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추진한 새로운 국제기구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에 대해 교황청이 참여를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교황청 내부에서는 이 기구가 장차 유엔을 대체하려는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는 가운데 레오 14세 교황은 연일 폭력 중단과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에 평화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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