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25일(현지시간) 독일 의회에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25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의원들과 질의 응답을 나누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타우러스 미사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메르츠는 “우크라이나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된 장거리 타격 무기의 재고가 충분하다”며 “전쟁이 시작됐을 때와 비교하면 우크라이나의 무기 제조 기술은 크게 발전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메르츠의 발언은 가만히 들어보면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먼저 “타우러스 이젠 필요없다”고 통보한 것이 아니고 독일 정부가 판단하기에 그렇다는 뜻임을 알 수 있다.
공군 전투기가 타우러스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타우러스는 독일이 만든 장거리 공대지 순항 미사일로 500㎞ 넘는 긴 사거리와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타우러스는 독일 방산업체가 만든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이다. 500㎞ 이상의 긴 사거리와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영토 상공에서 발사해 러시아군의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벙커까지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23년 5월 처음으로 독일에 타우러스 미사일 제공을 공식 요청했다. 당시는 2022년 2월 개전 후 1년이 넘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까지 겨냥한 ‘대반격’ 작전 개시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 쪽은 다름아닌 러시아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 미사일을 인도한다면 러시아·독일 양국 관계를 완전히 망칠 것”이라고 독일을 위협했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사회민주당(SDP) 올라프 숄츠 총리 정부도 타우러스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문제에 관해선 분명히 선을 그었다.
2025년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왼쪽)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메르츠는 야당 대표 시절만 해도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 미사일을 내줄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총리 취임 후 입장을 바꿨다. AFP연합뉴스 |
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CDU)을 이끄는 메르츠 현 총리는 야당 대표 시절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와 만난 자리에서 “CDU가 집권하면 타우러스 미사일을 내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2025년 CDU의 총선 승리로 총리에 오른 뒤 메르츠의 태도는 달라졌다. “검토 중”이라며 시간만 끈 것이다. 이에 우크라이나에선 “타우러스 미사일 관련 약속을 이행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메르츠는 타우러스 미사일 제공은 가능한 선택지가 아님을 못박았으나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 지원을 계속할 것’이란 입장은 거듭 확인했다. 그는 “현재 우크라이나군의 무장 상태는 썩 훌륭하지만 (무기 구매를 위한) 재원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지속적 무기 생산을 위해 서방 국가들이 자금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는 2026년 한 해 동안 우크라이나에 IRIS-T 방공 시스템을 비롯해 115억유로(약 20조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제공할 계획을 밝힌 상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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