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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나면 뛴다더니”...‘안전자산’ 금의 배신, 한 달 새 15%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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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 金 중동 전쟁에 급제동
증시·채권 손실 메우려 금 투매
‘마진콜’ 압박에 현금화 차익 실현
중앙은행 자금 마련용 매각 관측도
주요국 금리 인상 변수도 큰 영향
서울경제

지정학적 긴장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 등에 힘입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금값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글로벌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금값은 전쟁 발발 이후 15% 넘게 빠지면서 안전 자산이라는 명성이 무색해지는 모양새다.

2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 금값은 2024년 초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며 올해 1월 트로이온스당 5594달러(현물 기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2월 조정을 거친 뒤 반등했지만 3월 중순부터 상승 흐름이 급격히 꺾였다.

특히 이번 전쟁은 금값 흐름의 큰 변곡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금값은 약 16% 하락해 올해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24일 기준 금값은 약 4475달러를 기록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은 유지하고 있다.

금은 통상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 몸값이 뛰는 자산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이번 전쟁 국면에서는 주식, 채권 등 시장 혼란에 휘말리며 매도 압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즉 전쟁 이후 주식과 채권이 급락하자 지난 2년간 상승폭이 컸던 금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고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금융 서비스 업체 스톤엑스의 애널리스트 로나 오코넬은 “안전자산이라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주식과 국채 시장이 급락할 때 투자자들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을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민간은행 베렌베르크의 제이슨 터너 역시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발생한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충당하기 위해 수익이 난 금 포지션을 청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자금 확보를 위해 금 보유량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직 공식 통계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전쟁 장기화에 따른 재정 부담 확대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이 같은 시나리오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실제 폴란드 중앙은행은 이달 국방비 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금 보유고 일부를 매각하거나 재평가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다. HSBC는 높은 유가와 지정학적 리스크, 여전히 높은 금 가격이 “공공 부문의 추가 매도를 유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환경 변화도 금값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시장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경우 상대적인 투자 매력을 잃게 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값이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FT는 “다수 애널리스트들은 금 가격 변동성이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반등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나온다. 온라인 거래 플랫폼 불리온볼트의 리서치 책임자 에이드리언 애시는 2008년 금융위기 초기 금값이 하락했다가 이후 반등한 사례를 언급하며 “장기적으로 금은 여전히 위기 국면에서 유효한 자산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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