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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현실로? 총 쏘는 180㎝ 로봇병, 우크라전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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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휴머노이드 병사 ‘팬텀 MK-1’
사격, 물류 지원, 위험 물질 처리 가능
우크라이나 전장에선 우선 정찰병 임무
오인 식별, 책임 소재 불명확 등 우려도
조선일보

군사용 휴머노이드 로봇 팬텀 MK-1이 폭탄을 해제하고 있다. /파운데이션


영화 ‘터미네이터’에는 폐허가 된 도시와 인간 해골 더미 사이로 전투 로봇들이 전쟁을 벌이는 미래가 그려진다.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 같던 그 장면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5일 타임지에 따르면, 최근 미국 스타트업 파운데이션 로보틱스는 자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형 로봇 ‘팬텀 MK-1’ 2대를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군사 용도로 인도했다.

작년 10월 처음 공개된 팬텀 MK-1은 높이 180㎝, 중량 80㎏으로, 짐이나 장비 20㎏을 싣고 인간 보병의 빠른 행군 속도와 비슷한 시속 6㎞로 이동할 수 있다. 전기 모터로 작동하는 구동기를 갖춰 팔과 손을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몸통에 달린 여러 대의 카메라로 가시광선을 탐지하고 주변 물체나 사람을 살필 수 있다. 고도의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전장 환경을 빠르게 평가한 뒤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팬텀 MK-1은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에서 정찰병 임무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팬텀 MK-1이 사격, 물류 지원, 위험 물질 처리 등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만큼 활용 분야는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AI 휴머노이드 병사를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오인 식별과 민간인 피해, 해킹과 오작동, 책임 소재 불명확성 등이 대표적이다. 사람 대신 기계가 전장에 서면서 전쟁의 문턱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단을 점차 기계에 의존하게 되면서 인간 통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큰 우려 중 하나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에서 군사 분석을 맡고 있는 제니퍼 캐버너는 “뭔가를 자동화하고 인간을 루프 밖으로 빼내려는 유혹은 극도로 크다”며 “전쟁 당사자들 사이의 투명성 부족도 추가적인 우려를 낳는다”고 했다. 국제로봇무기통제위원회 의장인 피터 아사로 역시 “이건 인간 존엄의 문제”라며 “이 기계들은 자기 행동의 윤리적 함의를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파운데이션 공동창업자인 마이크 르블랑은 “미 국방부 규정상 자동화 시스템은 인간의 승인 없이는 공격할 수 없다”며 “파운데이션도 팬텀에 대해 같은 원칙을 지킨다”고 했다.

르블랑은 휴머노이드 병사가 기술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봤다. 그는 “휴머노이드 병사는 드론 같은 기존 자율 시스템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이라며 “십대 보병을 위험에 내모는 것, 그리고 그에 따른 정치적 역풍, 스트레스로 인한 전쟁범죄와 트라우마의 위험과 비교하면 휴머노이드 병사는 더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로봇은 피로나 공포를 느끼지 않으며, 방사능·화학 물질·생물학 작용제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극한 환경에서도 지속적으로 작전할 수 있다”며 “로봇의 거대한 군대가 핵 억지처럼 각 측의 전술적 우위를 상쇄해 전쟁의 확전 위험을 오히려 크게 줄일 것”이라고 했다.

파운데이션은 군사용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7년 말까지 최대 5만대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올해 우선 수십 대를 배치한 뒤 제조 역량 확대에 따라 연간 수천 대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판매 대신 임대 형식으로 보급할 계획이며, 대당 연간 임대 비용은 약 10만달러(약 1억5000만원)로 추정된다. 산업용과 방위용 모두를 염두에 두고 설계돼 산업 현장에서는 로봇 1대가 여러 명의 교대 근무 인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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