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아시아경제DB |
이 매체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하며 빈살만 왕세자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번 군사 작전이 중동 지형을 바꿀 '역사적 기회'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의 강경파 정권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왕세자는 "이란이 걸프 지역에 장기적인 위협이며, 이는 현 정권을 제거해야만 완전히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와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은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이란이 사우디 석유 시설에 더욱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으며, 미국이 끝없는 전쟁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마무리하려는 뜻을 비치면 빈살만 왕세자는 "실수가 될 것"이라며 "이란 정권을 약화하기 위해 이란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공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만 사우디 정부는 빈살만 왕세자가 전쟁 연장을 압박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정부는 성명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은 전쟁 시작 전부터 이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해 왔다"며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며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과 민간 기반 시설에 대한 일상적인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빈살만 왕세자는 과거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바 있다. WSJ 보도에 따르면 그는 미국이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점거하고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지상군 투입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석유 시설의 중심지인 하르그섬(Kharg Island)을 점령하기 위한 군사 작전을 검토하고 있다.
사우디 내부 사정에 정통한 분석가들은 빈살만 왕세자가 당초 전쟁을 피하고 싶어 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지역 에너지 산업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사우디, 에미리트, 쿠웨이트 석유의 대부분은 이 해협을 통과해야 세계 시장에 도달할 수 있다. 사우디는 이를 우회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했으나 이 대체 경로마저 공격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에서 물러나면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이 이란과 홀로 맞서야 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공격을 어설프게 중단하면 사우디가 이란의 잦은 공격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주기적으로 폐쇄할 권한을 갖게 될 것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현재 사우디는 패트리엇 미사일을 대량 동원해 석유 시설과 도시를 방어하고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요격 미사일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이미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 내 정유 시설과 미 대사관이 타격을 입었으며, 요격된 파편으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치는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지난주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부 장관은 전쟁의 조기 종식과 이란의 역량 약화를 위한 장기전 중 무엇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관심을 갖는 유일한 것은 사우디와 인접국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중단시키는 것"이라며 "공격을 멈추기 위해 정치, 경제, 외교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