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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전쟁 출구 못 찾는 사이… 사우디 "정권 교체"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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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둘러싸고 '조기 종전'과 '군사 작전 확대' 사이에서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전쟁을 이란 정권 자체를 무너뜨릴 역사적 기회로 규정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고, 이란은 세계 에너지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종전 협상의 카드로 내세우며 버티기에 들어다.

◆ 사우디 "이란 정권 축출이 유일한 해결책"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연쇄 통화에서 이란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말고 이란 강경파 정부를 권좌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빈 살만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군과 이란 지원 세력을 상대로 "계속 강하게 때려야 한다(keep hitting the Iranians hard)"고 조언해 왔다고 전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란 정부를 제거함으로써만 걸프 지역의 장기적 위협을 종식할 수 있다"며, 미국이 이란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장악하기 위해 지상군을 투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타격을 넘어 이란의 통치 체제 자체를 파괴해야 한다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사우디 내부에서도 이란과의 장기전 가능성을 둘러싼 계산법은 복잡하다. 빈 살만 왕세자가 국정 핵심 과제로 추진해 온 '비전 2030' 프로젝트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관광·첨단산업을 육성해 글로벌 투자자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란과의 전면적 대립이 지속될 경우, 걸프 지역 안보 불안과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와 관광 유치 모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우디 역시 전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우디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긴장 완화와 평화적 해결을 지지한다"며 NYT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 이란의 역습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보장하라"

반면 이란은 종전 협상에서 전후 질서를 주도하기 위한 조건을 내걸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이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단순한 휴전이 아닌 ▲미군의 향후 군사 행동 중단 보장 ▲전쟁 피해에 대한 금전적 배상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사실상의 공식 통제권 인정 등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란은 자국 국방의 핵심인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한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 수뇌부는 "미사일 억지력은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며 미국이 이를 건드릴 경우 협상은 결렬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매티스의 경고 "현상태 종전땐 이란, 호르무즈 소유권 주장"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 1기 국방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 전 장관은 "만약 미국이 현재 상태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물러난다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통과하는 모든 선박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전날 에너지·안보 콘퍼런스 '세라위크(CERAWeek)'에서 "이란은 전력 손실에도 불구하고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해 해안 전역에서 선박을 공격할 역량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나아가 "역사상 공군력만으로 정권을 바꾼 사례는 없다"며 미국이 선택지가 많지 않은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 퇴로 확보에 애 먹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생산적인 대화'를 거론하며 협상 여지를 내비치는 한편, 이란 석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 장악이라는 군사 옵션도 여전히 테이블 위에 올려둔 상태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곧 끝날 수도 있다는 암시와 전쟁이 확대될 것이라는 신호 사이를 격렬하게 오가고 있다"며, 4주째에 접어든 이란 전쟁에서 명확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부에서는 조기 종전을 통해 전쟁 비용과 중동 개입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과, 이란 정권의 군사·경제 역량을 확실히 꺾지 못한 채 물러설 경우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 안보를 사실상 이란의 영향권 아래 두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중동 전쟁의 향배가 어떻게 갈리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세력 다툼이 당분간 국제 정세의 핵심 변수로 남을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뉴스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3월 23일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에 도착해 남쪽 잔디광장(사우스 론)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dczoom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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