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형제단’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이탈리아 정부가 추진한 사법개혁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간 국민투표가 진행돼 집계가 마무리 수순인 가운데 사법개혁안 반대가 약 54%로 찬성(약 46%)을 웃돌았다. 투표율은 약 59%였다.
멜로니 총리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패배를 인정하며 “시민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이탈리아를 현대화할 기회를 놓친 것은 유감스럽지만 우리의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멜로니 정부가 추진한 사법개혁안은 판·검사 지원자가 시험을 볼 때부터 직종을 선택하고 이후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인사 담당 위원회도 직종에 따라 분리된다.
사법개혁안은 제안 자체보다는 멜로니 정부 지지도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더 주목받았다. 가디언은 “(개혁안은) 헌법 개정을 필요로 하는 기술적이고 복잡한 내용이었다”며 “국민투표 캠페인은 멜로니 총리와 그의 장관들이 사법부를 향해 쏟아낸 선동적인 수사로 대부분 채워졌다”고 했다.
이탈리아에서 국민투표 패배는 제안 세력에게 큰 정치적 타격으로 인식된다. 전임 총리인 마테오 렌치 현 야당 ‘이탈리아 비바’ 대표는 2016년 헌법 개정을 국민투표에 부쳤다가 부결되면서 사임한 바 있다. 다만 멜로니 총리는 국민투표에서 패하더라도 사임은 하지 않겠다고 이전부터 밝혀 왔다.
멜로니 정부는 특히 높은 지지도를 기반으로 그간 ‘무적’ 이미지를 구축해 왔기 때문에 이번 선거 충격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여당 ‘이탈리아형제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안팎 지지율로 거듭 1위를 기록하며 중도우파 연합을 이끌어 왔고, 멜로니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 유럽 국가 지도자들과 끈끈한 관계를 자랑하곤 했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함께 일으킨 이란 상대 전쟁이 중동 지역 분쟁으로 확대되면서 에너지 비용 상승 등 경제 여파가 우려되는 상황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시기가 좋지 않다”고 짚었다. 이탈리아는 내년 총선을 예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우파 연립정부에 큰 타격”이라면서 멜로니 총리가 취임 후 사실상 처음으로 주요 난관에 직면했다고 해설했다.
가디언은 멜로니 총리가 추진해 온 다른 정책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멜로니 총리는 그간 총리를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식의 개헌을 추진해 왔다. 정치 컨설턴트 에르네스토 디 조반니는 이번 투표가 멜로니 정부의 성과에 대한 대중의 광범위한 불만을 반영한 것이었다고 해석하면서 “그들(정부·여당)이 우려해야 할 신호”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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