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여부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이 상반된 발표를 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개시 이후 처음으로 의미있는 협상 자세를 보였지만, 시장을 달래려 협상 진척 상황은 과장되게 발표를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트럼프 “이란 핵 포기 등 모든 쟁점 합의” 이란 “협상 없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 “지난 이틀 간 이란과 유익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이란 발전소 및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군사 공격을 5일 유예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미국 대표단이 이란 최고위급 인사와 전날 저녁까지 협상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이란의 ‘핵 무기 포기’ 를 비롯해 거의 모든 쟁점에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란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이란 측 협상자로 거론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미국과 어떤 협상도 없었다. 가짜뉴스”라고 일갈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전쟁 개시 후 24일 동안 미국과 어떤 협상이나 회담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다만 그는 “최근 며칠 동안 일부 우방국을 통해 미국이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요청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종전 조건에 대한 우리 입장은 변함이 없다. 원칙적 입장에 따라 적절하게 답변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 아심 무니르가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했고 파키스탄 총리 무함마드 셰바즈 샤리프는 23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 간접적으로라도 미국과 이란 간 대화의 기류는 있었다고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집트 등 중재국, 22일 양측 사이에서 메시지 전달”
이에 대해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제니퍼 웰치 수석 지정학 분석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의 상반된 메시지에는 여러 해설이 가능할 수 있다”며 “가장 유력한 설명은 미국은 협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협상 상황을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협상과 관련한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증시 개장을 앞두고 이를 과장해서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협상 시한으로 제시된 23일 오후 7시 44분을 12시간 앞두고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의향을 비치면서 관련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집트, 파키스탄, 튀르키예가 22일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또 이스라엘 관계자를 인용해 “중재국들이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에서 회담을 열려고 추진하고 있으며 이란에서는 갈리바프 의장 등이, 미국에서는 위트코프 특사와 쿠슈너, JD밴스 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고 주 후반 열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美, 시간벌기”...“美 해병대, 새 데드라인 시점인 27일 중동 도착”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바로 종전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낙관론은 금물이라는 분석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증시가 열리는 5일을 협상기간으로 정했고, 증시가 휴장하는 주말 사이 다시 공세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유가를 낮추고 군사 재정비를 위한 시간벌기용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수천 명의 미 해병대가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마감시한으로 설정한 27일 중동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에 주둔하는 상륙함 USS트리폴리와 USS뉴올리언스, 31해병원정대 소속 해병대원 2200명이 중동 지역 미군을 지휘하는 미 중부사령부 관할 구역으로 진입할 예정이며 호르무즈 해협에 도착하기까지는 며칠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의 종전 조건에 대한 입장 차이가 큰 것도 문제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출신 초강경 인사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지도자 군사고문은 이날 이란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모든 피해가 보상되고 모든 경제 제재가 해제되며 미국의 이란 내정 간섭을 막기 위한 국제법적 보장이 확보될 때까지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핵 무기 포기’에 동의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이란은 피해 보상과 경제제재 해제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이태규 특파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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