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美, 하르그섬 점령한다 해도 계속 지배는 ‘지옥’인 이유

댓글0
군사전문가들 “미 해병대 800명이면 장악 가능하지만, 원정대 자급 기간은 15일”
20㎞ 떨어진 이란 본토서 미사일ㆍ드론 쏟아지면 방공ㆍ의료 후송ㆍ보급 매우 제한적
해안 전체 장악 시도는 50만 명 사상(死傷)한 1차대전 ‘갈리폴리 전투’의 재탕될 수 있어
5000명에 가까운 제31, 제11 미 해병원정대 병력이 호르무즈 해협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서방의 많은 군사분석가는 미국이 해병대 병력으로 이란 경제의 생명줄인 하르그 섬 장악을 노리는 것으로 본다. 이밖에 미 육군 특수부대인 제82 공수사단 병력도 이 지역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아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전쟁 초기에 “짧은 외출(little excursion)”일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전쟁은 확산됐다. 미국은 23일 밤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를 폭격하겠다고 위협했고, 23일 이스라엘 폭격으로 수도 테헤란 곳곳이 정전 사태를 맞았다. 이란은 친미(親美) 중동 국가들의 에너지 시설과 담수화(淡水化) 시설을 파괴하겠다고 맞받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9일 ‘지상군 투입(boots on the ground)’을 강력히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공중에서 혁명을 일으킬 수는 없으며, 반드시 지상 요소가 필요하다.”

조선일보

강습상륙함(LHA-7) 트리폴리함. 약 2200명의 제31 해병원정대를 태운 이 '떠다니는 공군기지'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동 중이다.


미국이 우선적으로 ‘지상군 투입’을 고려하는 산호섬 하르그 섬의 면적은 고작 20㎢. 서울의 용산구 크기와 비슷하다. 이란 본토에선 25㎞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석유 저장 탱크와 선적 터미널, 이란의 여러 유전과 연결된 송유관으로 가득 차 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수천 명이 지키며, 이란인들에게도 접근이 매우 엄격히 제한돼 ‘금지된 섬(Forbidden Island)’로 불린다. 2만 명의 섬 인구 대부분은 석유 관련 노동자들이다.

조선일보

3월 17일 유럽우주국(ESA)의 센티널-2 위성이 찍은 하르그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이 섬의 모든 군사 목표물을 완전히 파괴했지만, 이 섬의 석유 인프라는 아직 완전히 제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AFP ESA 연합뉴스


미국은 이 섬의 방공망과 드론 발사기지, 이란 원유 수출의 90%를 차지하는 선적 터미널을 “완전히 파괴했다.”(트럼프 표현) 그의 말대로라면, 미 해병대가 상륙할 수 있는 조건이 열렸다. 미 해병원정대는 자체적으로 전차와 포병, 장갑차, 헬리콥터, F-35B 수직 이착륙(VTOL) 전투기까지 갖춘 자급자족형 전력(戰力)이다.

미국은 이 섬을 장악한 뒤, 이란에게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받아내는 대신에 섬을 반환하는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이란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서 중국ㆍ인도 등으로 향하는 자국산 원유를 적재한 유조선만 통과시켜 지금까지 16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다. 해협을 통과하는 다른 중동국가들의 원유 수출은 막혔다. 이란의 ‘승리 전략’은 미국과 세계 경제가 해협 봉쇄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견디는 것보다 이란이 공습을 더 오래 견딜 수 있다는 데 기반한다. 따라서 미국의 하르그 섬 점령은 이란의 이 전략을 붕괴시키는, 중요한 협상 카드가 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 해병대 5000명 병력은 하르그 섬 점령에는 충분하지만, 해협 전체를 장악하기에는 부족하기에, 미국의 우선 목표는 하르그 섬 또는 해협 주변의 작은 섬들 장악이라고 본다.

◇하르그섬, 비교적 신속하게 점령하겠지만…

하르그 섬 침공은 MV-22 오스프리 틸트로터(tiltroterㆍ헬기와 비행기를 합친 형태)를 이용해 해병대를 상륙시키는 작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페르시아만은 해병대 병력을 태운 경(輕)항모급인 강습상륙함 트리폴리ㆍ복서함 등이 통과하기에는 여전히 위험하다.

초기 목표는 병력과 중장비를 반입할 수 있는 1.8㎞ 길이의 하르그 공항 활주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은 비교적 신속하게 하르그 섬을 점령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것은 훨씬 더 어렵고 치명적일 수 있다. 이란이 이 섬의 석유시설에 불을 지를 경우, 섬 자체가 오염돼도 미군으로선 이 작은 섬에서 이러한 문제를 처리할 장비가 매우 제한적이다.

미 해병대는 또 점령 및 장악 작전을 15일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 미 월간지 애틀랜틱 몬슬리는 “15일은 미 해병원정대가 보급 없이 작전할 수 있는 한계 기간인데, 이란은 로봇 드론ㆍ무인 공격정과 같은 이른바 ‘모기 함대(mosquito fleet)’ 공격으로 하르그 방어를 매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르그 섬은 쿠웨이트시티에 있는 미군 기지에선 약 225㎞ 떨어져 있지만, 이란혁명수비대가 공격하는 본토에선 20㎞밖에 안 된다.

조선일보

미 해병원정대 약 5000명 병력이 우선적으로 점령할 것으로 보이는 하르그 섬, 해협 입구의 아부무사, 대툰브, 소툰브 섬의 위치.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이란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하르그 활주로를 파괴해 수송기 착륙을 막을 수 있지만, 미 해병대는 휴대용 대공미사일(MANPADS)과 전투기 순찰 정도에 의존하게 된다. 이런 무기는 드론은 요격하지만, 탄도 미사일은 막기 어렵다. 단거리 미사일 중 한 발만 정확히 맞아도 활주로는 사용 불가능해진다. 이란은 또 하르그 상공을 배회하면서 보급선ㆍ항공기ㆍ차량ㆍ병력 등을 탐색해 공격하는 저가의 ‘배회형 폭탄(loitering munition)’도 이미 2년 전에 공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이 배회형 폭탄을 막기 위해, 도로 전체를 그물로 덮기도 했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을 지낸 조지프 보텔 퇴역 미 육군 대장은 군사매체 TWZ에 “섬의 장악은 800~1000명이면 충분하다. 이란 영토에 미국이 들어가 있다는 상징적 효과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미국이 이 중요한 인프라를 보호하고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다”면서도 “지상에 병력을 투입하는 순간 이란의 무기 위협 하에 놓이게 되고 보급ㆍ의료 후송 등은 매우 취약해 종종 작전 규모가 계획보다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하르그 섬을 점령해 유지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란 정권은 원유 수출 수단을 잃고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렇게 되면, 이란은 하르그 섬 통제권을 돌려받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미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트럼프가 원하는 ‘출구 전략’이 될 수 있다.

◇해협 개방을 위한 인근 섬 세 개 장악

미 해병대는 해협의 왼쪽, 페르시아만 입구에 있는 아부 무사(면적 12.8㎢)와 이보다도 훨씬 작은 대(大)툰브, 소(小)툰브 섬을 노릴 수도 있다. 원래 UAE의 아부다비 통제 하에 있었지만, 이란 왕정군(王政軍)이 1971년 11월 UAE가 독립하기 이틀 전에 점령했다.

이란혁명수비대 기지가 있는 이 섬들을 점령하면, 해협의 병목 지점에 자리해 미군이 해상 감시와 단거리 미사일 배치하는 데 유리하다. 또 이 섬들의 장악은 이란 본토에 더 가깝고 이란의 지하 미사일 기지가 있는 케슘 섬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영국왕립군사연구소(RUSI)의 걸프 안보 전문가인 마이클 스티븐스는 “이 섬들이 미군에게 비교적 쉬운 목표일 수 있지만, 이란의 광범위한 해안선 전력에 비하면 해협 개방에는 제한적인 효과만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해안 목표물에 대한 해병대 기습

이란의 페르시아만 위협 능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키려면, 해안선 곳곳의 소형 보트, 드론 은닉 저장시설, 미사일 기지, 기뢰 설치 능력을 제거해야 한다.

미 해병대 분대는 MV-22 오스프리 틸트로터 군용기를 이란 내륙으로 들어가 소규모 기지를 구축하고, 정밀 타격 및 제한적 점령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또 해안 지역 전반에 걸친 제한적 침투 작전으로 해협을 보호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배치 중인 병력보다 훨씬 더 많은 병력을 필요로 하며 위험도도 훨씬 높다.

영국의 국방 분석가 프랜시스 투사는 더 타임스에 “전체 해안을 점령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해안 지역을 통제하려면 수십만 명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그는 또 이란의 요새화된 진지에 대한 지상 작전은 ‘갈리폴리 전투’와 같은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선일보

1차 대전 연합군에게 최악의 상륙작전 실패로 기록된 갈리폴리 지역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1차 대전 때인 1915년 4월~1916년 1월 영국ㆍ프랑스ㆍ호주 등 연합군은 에게해에서 흑해(마르마라해)로 들어가는 첫 관문인 다르다넬스 해협을 장악하려고 지금의 튀르키예 북서부 갈리폴리에서 오스만투르크를 상대로 양측에서 5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규모 상륙작전을 벌였으나 참혹하게 실패했다.

더 타임스는 “문제는 이러한 모든 선택지가 전쟁을 끝내는 직접적인 해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정권 교체를 제외하면 이란의 위협을 완전히 제거할 방법은 없다”고 진단했다.

[이철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지금 봐야할 뉴스

  • 경향신문정부, ‘중동 사태 대응’ 비상경제대응본부 출범…본부장은 김민석 총리
  • 뉴스웨이"5일간 공격 유예"…트럼프 돌발 발언에 유가 급락, 주가 상승
  • 동아일보사망자 몰린 ‘2.5층’…‘불법 증축’ 11년간 현장점검 한번도 없었다
  • 아주경제공짜로 배우는 '국방 AI' … 구미시, 방산기업 재직자 '실무 역량' 업그레이드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