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3일 14명이 숨진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 현장에서 2층과 3층 사이 불법으로 증축된 ‘2.5층’ 복층 휴게공간(헬스장)에 조명차를 비추며 집중 감식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만 사망자 9명이 발견됐다. 대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사망자 14명을 포함해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이 화재가 발생한 동관뿐만 아니라 이웃한 본관까지도 인허가 없이 불법으로 증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안전공업은 지난해 본관 건물의 불법 증축으로 적발돼 과태료까지 냈지만 동관 건물은 전혀 손보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최소 2차례 불법 증축된 공장
23일 대덕구청 등에 따르면 안전공업은 1996년 본관 준공 이후 최소 4차례 구조를 변경했다. 2010년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동관을 신축한 뒤 계속해서 증축을 거듭했다. 안전공업은 동관을 2011년 일부 증축했고 2014년에는 동관 2·3층과 옥상 주차장을 추가로 지었다. 이 과정은 모두 인허가를 거쳤고, 관련 도면도 구청 전산에 등록돼 있다.
그러나 안전공업은 2015년 7월 이후 동관에 무단 증축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감식에 나선 한 관계자는 “2015년경 문제의 ‘2.5층’을 불법으로 증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직원들 대부분은 증축이 계속됐던 탓에 이 ‘2.5층’을 만드는 것 역시 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지난해까지 공장에서 근무했다는 이모 씨는 “입사 전부터 헬스장이 있어 원래 있는 공간인 줄 알았다”고 했다. 9명의 시신이 발견된 헬스장에 작은 창문만 있고 대피로가 없었던 것도 불법 증축으로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증축을 인허가하고 감시하는 대덕구청은 “화재 이후에야 해당 공간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2015년 무단 증축 이후 현장 점검 역시 단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 시설물안전관리특별법에 따라 건축물은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 그러나 서류 제출만 해도 되고 현장 방문을 생략할 수 있다. 대덕구청 관계자도 안전공업 동관 불법 증축과 관련해 “그동안 인허가는 서류로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안전공업이 본관을 불법 증축해 8월 과태로 처분을 받았다는 점이다. 안전공업은 본관 2층과 3층 사이 역시 불법 증축했는데, 적발된 것도 구청 등 관할 기관의 점검이 아니라 누군가 안전신문고를 통해 “불법 증축을 했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안전신문고 신고 이후 절차에 따라 대덕구청 등은 본관 현장을 찾아 점검했지만, 이웃한 동관 건물은 확인하지 않았다. 안전공업 역시 동관 불법 증축 사실을 숨겼고, 이는 이번 참사로 이어졌다. 연이은 불법 증축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안전공업 손주환 대표는 이날 불법 증축 관련한 질문에 “모르겠다”고 했다.
23일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 현장에서 대전경찰청과 대전소방본부, 고용노동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9개 기관과 유족 대표 2명이 참관한 가운데 정부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대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 불법 증축 반복되지만 사후점검제도 아직
불법 증축으로 인한 대형 사고는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 2022년 서울 이태원 참사 등 대형 참사들은 모두 불법 증개축이 원인이 됐다. 특히 이번 화재와 판박이로 꼽히는 2024년 경기 화성시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 화재 역시 불법 증축으로 인해 내부 직원들이 대피로를 찾지 못하면서 23명이 숨졌다.
이처럼 불법 증축 문제가 계속되면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불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건축물 사후점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준공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위반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담은 건축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 학장은 “건축물 안전점검은 기본적으로 건물이 무너질 위험은 없는지, 지진에 취약하지는 않은지 등을 검사하는 건데 당연히 도면과 실제 건물을 대조하도록 해야 한다”며 “관련 입법을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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