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집단의 자산이 늘어나면 그만큼 지켜야 할 규칙도 많아집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탄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설립된 배경도 같습니다. 그래서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나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하고 필요한 서류를 받습니다. 만약 해당 기업이 관련 서류를 의도적으로 제출하지 않으면 공정위는 '고발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정몽규 HDC 회장 고발건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주말 Q&A에서 풀어봤습니다.
Q. 공정위 '고발 카드' 꺼내든 이유 = 공정위가 HDC를 문제 삼은 이유는 '공정거래법 31조 4항'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해당 회사와 해당 회사의 특수 관계인에게 일반 현황, 주주와 임원 구성, 특수관계인 현황, 주식소유 현황 등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자산 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0.5%에 달하는 기업집단을 말합니다. 2025년 GDP 기준으로는 11조5700억원을 넘겨야 합니다. HDC는 2025년 5월 기준 자산총액이 17조5288억원 규모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기준을 충족했습니다.
그런데 HDC는 제출해야 할 서류에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를 넣지 않았습니다. 2021년에는 17개사,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19개사, 2024년에는 18개사를 제외했습니다(표①).
중복을 제외하면 누락 회사는 모두 20개입니다. 이중 SJG홀딩스 등 12개는 정 회장의 외삼촌인 박세종 SJG세종 명예회장 일가가, 인트란스해운을 비롯한 8개는 여동생 정유경씨와 그의 남편 김종엽 인트란스해운 대표 일가가 지배하는 기업으로 공정위는 파악했습니다. 누락 기간은 최장 19년에 달합니다. 다만, 공정위는 공소시효(5년)를 고려해 2021년 이후 누락만 제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Q. 친인척 회사 누락의 근본적 문제 = 그렇다면 HDC가 '친인척 회사'를 서류에서 제외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은 쉽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공정위의 감독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정위는 친인척 회사를 인지한 후 '대기업집단규제(표②)'를 적용합니다. 대기업집단규제란 계열사끼리 서로 주식을 갖거나, 채무보증을 서거나, 순환출자를 꾀하는 것 등을 금지하는 제도입니다. 일감 몰아주기 등도 감독 대상입니다. 공정위는 HDC가 '친인척 회사'의 서류 중 일부를 제출하지 않는 방법으로 관련 규제를 회피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
Q. 공정위 'HDC 고의성' 의심하는 이유 = 관건은 HDC가 관련 서류를 의도적으로 누락했느냐입니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장기간 총수 자리를 유지한 데다 친족 간 교류가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지정 자료 허위 제출을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현저(동생 일가 회사 8개)'하거나 '상당(외삼촌 일가 회사 12개)'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정위는 구체적 정황도 포착한 듯합니다. HDC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과 정 회장의 비서진이 친족 회사 누락을 발견해 해당 회사로부터 계열 요건에 해당한다는 확답을 받고 제재 수준을 검토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표③).
현행법에 따르면 이 경우 공정위는 고발 조치할 수 있습니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공정거래법 125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Q. HDC 인정 여부 = 공정위의 발표 이후 HDC 측은 "정몽규 회장이 전혀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은 회사들"이라며 "분리 독립 후 거래도 없고, 채무보증도 없던 회사들"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아울러 "2025년에는 공정위의 공식적 절차에 따라 친족 독립경영 인정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순 누락이라는 뜻입니다. 또 내부적으로 재발 방지 조치를 취했고 고의로 은폐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친족 독립경영(표④)이란 공정위에서 지정한 기준입니다. 친족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면 기업 집단에서 해당 회사는 제외하는 건데요. 크게 네가지를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상호 주식소유 요건입니다. 서로 소유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이 3%(비상장사 기준 10%) 미만이어야 합니다.
둘째, 상호 회사의 임원을 겸임해서는 안 됩니다. 셋째, 채무보증이나 자금대차 등 돈을 빌려준 관계가 없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거래 관계가 없었어야 합니다. 실제로 2025년 공정위가 HDC의 친족 경영회사를 독립 경영으로 인정한 건 사실입니다.
거래, 임원 겸직 등이 없는 경우 공정위는 친족 독립경영을 인정한다.[사진 | 뉴시스] |
그렇다면 공정위의 정몽규 회장 고발건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이를 가늠할 만한 전례前例가 있습니다. HDC와 똑같은 이유로 고발됐던 2021년 KCC 서류 누락 사건입니다. 이듬해 정몽진 KCC 회장은 벌금 70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실수가 아니라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본 셈입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책팀장은 "대기업에는 IR 담당자들이 당연히 따로 있고 이 업무를 한두번 하는 것도 아닐 것"이라며 "지정자료 제출에서 단순 누락이 발생할 수 없는 건 아니겠지만 쉽게 납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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