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봉 강원대학교 교수 (utb@gwnu.ac.kr)]
한국 측, 제5차 한일회담에서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반출 유물 첫 언급
한국 측은 제5차 한일회담에서 처음으로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반출 유물을 언급한다. 제1회 문화재소위원회(1960년 11월 11일)에서 한국 측은 '문화재 반환의 7항목'을 제출하는데,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반출 유물도 포함하고 있었다(칼럼 제1부 ⑥ 참조).
▲ 문화재 반환의 7항목. ⓒ 한일회담 관련 일본외교문서 |
한국 측은 제1항목과 관련하여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반출 유물이 지정 문화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한 입수 경위와 이에 대한 의견을 설명하는 한편 일본 측에 경상남도 창녕 고분 출토품을 포함한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반출 유물 현황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반출 유물 반환 요구
제6차 한일회담에서 문화재 반환 문제는 문화재소위원회, 전문가회의를 중심으로 다뤄졌는데(칼럼 제1부 ⑦, ⑧ 참조),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반출 유물도 여러 차례 논의된다. 이때 한국 측은 이에 대한 여러 자료를 들면서 일본 측의 견해를 요청했다.
예를 들어 제3회 전문가회의(11월 28일)에서는 "재작년에 나온 오구라 소장품 목록에는 비고란에 출토지와 경위 같은 것이 좀 자세히 적혀 있지 않는가", "오구라씨가 가지고 있는 작은 순금관은 근자에 도난당하였다가 다시 회수되어 수선을 하였다는데...", "오구라 소장품 목록을 보면 금관총의 출토품도 들어있는데 여기에 대하여 모르는가" 등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반출 유물의 사실관계에 대해 설명을 요청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해당 내용을 잘 알지 못하므로 조사를 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이어서 한국 측은 12월 5일에 열린 제4회 문화재소위원회에서는 제7항목에 해당하는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반출 유물 등을 예로 들면서 개인 수집품 중에는 부당한 방법으로 입수되어 일본으로 반출된 중요한 유물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 제6차 한일회담 제4회 문화재소위원회 중 오구라 다케노스케 관련 부분. ⓒ 한일회담 관련 한국·일본외교문서 |
이후 한국 측은 '오구라 다케노스케와 이치다 지로 등 대구를 중심으로 한 개인 수집품은 가능한 한 원래의 위치로 되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구라 다케노스케 저택의 정원에 있던 신라 시대와 고려 시대의 석조 불상과 사리탑 등이 경북대학교에 옮겨져 있는데, 앞으로 오구라 컬렉션과 이치다 컬렉션이 반환되어 대구의 박물관이 충실해진다면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 '제7항목의 개인 수집품 중 제1항목의 중요미술품으로 지정된 것이 80점이 있는데, 개인의 것이라도 반출 경위가 불법적인 것은 모두 돌려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개인 소유 문화재에 관한 외무성의 내부 논의
일본 측은 제5차 한일회담에서 '문화재 반환의 3원칙'을 제시하면서 '사유 문화재는 인도할 수 없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이는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반출 유물과 같은 개인 소유 문화재 반환에 걸림돌로 작용한다(칼럼 제1부 ⑥ 참조).
한편 외무성은 1962년 2월에 문화재 반환 문제 관련 논의를 하는데, 문화협정을 통해 국유 문화재를 인도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확인하고 개인 소유 문화재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반출 유물에 대해서는 "한국 측이 특히 집심(執心)처럼 보이는 오구라 컬렉션 중 약간의 것을 정부가 매매하여, 또는 오구라씨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기증으로 할 것"이라는 견해가 제시되기도 했다.
▲ 외무성 내부 자료 중 개인 소유 문화재의 기증과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반출 유물에 관한 부분. ⓒ 한일회담 관련 일본외교문서 |
외무성은 이후에도 약간의 개인 소유 문화재를 기증한다는 의견을 문화재보호위원회에 제시하기도 했는데, 문화재 반환 문제 해결을 위해서 개인 소유 문화재의 기증도 하나의 선택지로 생각하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제7차 한일회담과 오구라 컬렉션의 행방
한국 측은 제7차 한일회담을 준비하면서 주요 의제에 대한 지침을 작성한다. 문화재 반환 문제에 관한 지침에서 오구라 컬렉션은 일본 정부가 민간 소유 문화재의 기증을 권장한다는 취지의 합의의사록을 통해 기증의 방법으로라도 "끝까지 확보해야 할 우선 품목"이었다.
한일 양국은 4월 3일에 주요 의제에 관한 핵심 합의사항을 작성한다. 문화재 반환 문제의 경우 '한일 간의 청구권 문제 해결 및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사항'에 "제6항목: 한일 간의 문화재 문제 해결 및 문화협력 증진에 관계하여 품목 기타에 관한 협의를 하고 일본국은 한국에 대하여 한국문화재를 인도한다"로 규정되었다. 이로써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문화재를 인도한다는 핵심 원칙이 정해졌고, 이제 어떠한 문화재들을 돌려받는가라는 문제가 남겨졌다.
한국 측은 4월 24일에 열린 제1회 문화재위원회에서 한국 측은 지금까지 논의해 온 한국 측 문화재 목록에 대한 일본 측의 목록을 받고, 이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싶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문화재 목록을 좀처럼 제출하지 않는다. 일본 측은 문화재 목록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없도록 가능한 한 늦게 문화재 목록을 제출하고, 이를 한국 측이 받아들이게 하려는 전략이었다.
한편 이 회의에서 한국 측은 '일본 측이 개인 소유 문화재는 제외한 것 같은데, 오구라 컬렉션에는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한편 이홍직 대표가 호시지마 지로(星島二郎)를 만난 일에 대해 설명하고,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아들이 도쿄대 교수로 있는데, 조만간 만나서 오구라 컬렉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측은 한일회담 타결 10여 일 전이 돼서야 6월 11일에 열린 제3회 문화재위원회에서 인도 목록이 담긴 '일한 간 문화협력에 관한 의정서 부속서'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오구라 컬렉션 등 개인 소유 문화재는 물론이고 한국 측이 요구한 양산부부총 유물, 궁내청 도서 등이 없었다. 한국 측은 제4회 문화재위원회(6월 15일)에서 목록에 대한 재검토를 강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이후 오구라 컬렉션을 비롯한 개인 소유 문화재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고, 한국 측의 요청에 따라 6월 18일 자정부터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에 대한 합의의사록' 논의가 시작되었다. 일본 측은 개인 소유 문화재의 인도를 약속할 수는 없고, 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합의의사록을 작성하는 데에 동의했다. 이후 한국 측은 아래와 같은 합의의사록안을 제시했다.
▲ 한국 측이 작성한 합의의사록안. ⓒ 한일회담 관련 일본외교문서 |
일본국 정부는, 일본국 국민 사유의 아래의 한국 문화재가 대한민국 측에 기증되도록 적극적인 지도를 행하고, 특히 다음 문화재가 우선적으로 포함되도록 한다.
결과적으로 위의 안은 합의되지 못했다. 일본 측이 생각했던 '일본 정부가 개인 소유 문화재의 기증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정도의 의미를 뛰어넘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도하거나 몇몇 개인 소유 문화재가 특정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일본 측으로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한일 양국은 합의의사록을 논의한 끝에 "한국 측 대표는, 일본 국민의 사유로서 한국에 연유하는 문화재가 한국 측에 기증되도록 희망한다는 뜻을 말하였다. 일본 측 대표는 일본 국민이 소유하는 이와 같은 문화재를 자발적으로 한국 측에 기증함은 한일 양국 간의 문화협력의 증진에 기여하게도 될 것이므로, 정부로서는 이를 권장할 것이라고 말하였다"라는 내용으로 합의했다. 오구라 컬렉션 등 개인 소유 문화재 논의도 없었다.
결국 한일회담을 통해 한국 정부는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반출 유물을 한 점도 돌려받지 못했다. 그리고 한일회담 타결 이후부터 지금까지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반출 유물을 비롯하여 합의의사록을 바탕으로 기증된 개인 소유 문화재도 없었다.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반출 유물은 지금 도쿄국립박물관 동양관 조선반도실에 "오구라 컬렉션 보존회 기증"이라는 이름 아래 전시되고 있다.
지금까지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일제강점기 당시 불법적으로 수집하고 반출한 유물들에 대해 살펴봤다. 원래 칼럼을 작성하기 전에는 5화 정도를 연재하기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구라 다케노스케와 그가 수집·반출한 유물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들이 많아서 독자 여러분들께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장장 14화에 걸쳐 글을 썼다.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한일 양국 문화재 반환 문제에 있어서 '거물'인 만큼 그에 걸맞게 칼럼의 분량도 많아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 화부터 한일회담의 문화재 반환 문제와 관련한 또 다른 이야기 보따리를 독자 여러분들께 풀어드릴 예정이다. 앞으로도 <일본은 왜 문화재를 반환하지 않는가?>에 대한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 참고문헌
한일회담 관련 한국외교문서 및 일본외교문서
문화재청, <한일협정 반환 문화재 자료집>, 문화재청, 2005.
[엄태봉 강원대학교 교수 (utb@gwnu.ac.kr)]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