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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거위'의 배신…"지금이라도 빼야 하나" 돈 묶인 투자자 '패닉'[글로벌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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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매 제한 확산에 흔들리는 美증시
"이란전쟁보다 사모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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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자산'이자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리던 사모대출(Private Credit)이 제 2의 금융위기를 촉발할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게티이미지


'알짜 자산'이자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리던 사모대출(Private Credit)이 제 2의 금융위기를 촉발할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에 암운이 드리우자, 해당 산업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공급한 사모대출 시장이 위기론에 휩싸였다. 이는 단순히 사모대출 시장의 유동성 위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 자산군의 자금 유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모대출 인출 제한 확산…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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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금융가에서는 사모대출 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민간 신용 시장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경제 고문은 비즈니스인사이더(BI)를 통해 사모대출 시장을 둘러싼 최근 상황이 '전형적인 전염 현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우려하는 것은 'ATM 시나리오'의 현실화다. 이는 유동성이 낮은 자산, 그러니까 사모대출 상품에 환매 제한으로 인해 자금이 묶이면서 투자자들이 건전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마련하는 현상을 말한다. 사모대출 시장의 유동성 위기가 다른 자산군으로 전이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건전한 다른 펀드까지 매각에 나설 수 있다"며 "해당 펀드가 펀더멘털이 양호하거나 전혀 다른 자산군에 속하더라도 현금 확보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전염 가능성은 과거에도 현실화된 바 있다. 2007년 여름, BNP 파리바가 일부 증권화 채권 펀드를 동결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월가의 다른 펀드들이 그 뒤를 따랐고 이는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이듬해에는 리먼 브러더스와 베어스턴스가 붕괴하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초래됐다.

외신은 현재 상황에 대해 사모대출 시장이 단순한 성장통이 아니라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수합병(M&A) 불확실성, 신용 악화에 대한 우려, 자산 수익률 하락 등으로 인해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우려가 과장됐다고 하는 시각도 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사모대출 시장에 일부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만 시스템적 리스크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히려 사모대출 시장이 더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BNP파리바는 2030년까지 자산운용 부문 수익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사모대출을 포함한 대체자산 부문을 핵심 동력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최근의 부실을 '미국에 집중된 사례'로 규정하며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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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발로 촉발된 '사스포칼립스' 사모대출 우려에 불을 붙이다

사모대출 시장의 불안은 AI 확산과 맞물려 심화됐다.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한 초기에만 해도 AI는 소프트웨어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AI가 일부 소프트웨어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히 올해 들어 앤스로픽 등이 AI 에이전트를 선보이면서 시장의 경계심이 커졌다. AI 에이전트의 발전이 기존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다. 이로 인해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사스포칼립스의 대상인 소프트웨어 업체에 투자 자금을 댄 것은 사모대출 시장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한 번 고객을 확보하면 구독료 형태의 안정적인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 이는 대출 이자를 안정적으로 회수하는 데 유리한 구조다. 그렇다 보니 해당 산업에 자금이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사모펀드 투자 금액 기준으로 소프트웨어 섹터 비중은 약 18%다. 과거 10년 평균(14%)을 웃돌았다. 또한 신용평가기관 KBRA에 따르면 사모채권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은 전체 차입자의 약 17%를 차지한다. 이는 1조달러가 넘는 전체 부채의 약 22%에 해당한다. 일부 투자 영역에서는 이 비중이 30% 수준까지 확대된 사례도 있다. 아폴로의 짐 젤터 사장은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지난 10년 이상 사모펀드 투자금의 약 30%가 소프트웨어 산업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모대출 시장에서도 소프트웨어 비중이 약 40%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사스포칼립스는 단순 전망으로 그치지 않았다. AI 우려로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하자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이에 따라 사모대출 펀드를 중심으로 환매 요청이 잇따랐다. 미국 사모신용 투자사 블루아울 캐피탈은 환매 수요가 쏟아지자 펀드 환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블루아울은 지난달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펀드 '블루아울 캐피털 코프 II(Blue Owl Capital Corp II)'의 분기별 환매를 중단하고 향후 자산을 매각할 때마다 발생 수익을 간헐적으로 반환하는 방식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펀드의 정기 환매를 영구 중단한다는 의미다.

이후 대형 운용사들이 잇따라 인출을 제한했다. 모건스탠리가 운용하는 노스 헤이븐 프라이빗 인컴 펀드(PIF)는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몰리면서 요청 금액의 약 45.8%(1억6900만달러)만 지급했다. 블랙록도 HLEND 펀드에 대한 환매 신청이 급증하자 인출 한도를 제한했다. 블랙스톤과 클리프워터 등 다른 운용사들도 환매를 제한하거나 지급 규모를 줄이는 등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블랙록, 블랙스톤, 클리프워터,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사모대출 펀드에서 1분기에 접수된 환매 요청 규모가 약 101억달러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부실 규모가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사모펀드가 대출해 준 기업이 소프트웨어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분류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모대출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보고 기준의 불일치, 복잡한 수수료 구조, 기업 가치 평가에 대한 상당한 재량권 등으로 불투명한 산업이라고 지적했다.

사모대출 위기의 전조증상은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업체 트리컬러 홀딩스가 파산 신청을 한 데 이어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즈도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해당 기업들은 사모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고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기업도 늘었다. 차입 기업들의 상환 능력도 빠르게 악화했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이면 더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추가 부실 가능성을 경고했다.

◆용어설명 : 사모대출은 은행이 아닌 자산운용사, 연기금, 사모펀드 등이 투자자 자금을 모아 기업에 비공개 방식으로 직접 빌려주는 대출을 말한다. 주로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이나 인수금융 대상 기업들이 돈을 빌린다. 금리는 은행보다 높고 담보나 재무약정은 상대적으로 완화된 경우가 많다. 사모대출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상했다.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자본 규제로 은행들이 위험도가 높은 기업 대출에서 물러나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세계 시장 규모는 2015년 5500억달러에서 2024년 1조8000억달러로 증가했다. 현재는 2조달러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모대출을 알짜 자산으로 불린 이유는 간단하다. 사모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 구조로, 금리 상승기에 이자 수익이 많이 늘어난다. 최근 글로벌 금리 인상 국면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수익률도 높아졌다. 여기에 담보를 기반으로 한 선순위 대출이 많아 자산 안정성이 높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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