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올 1월에 이어 또다시 동결했다. 강한 인플레이션 압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확실한 인플레이션 진전 없이 금리 인하는 어렵다”고 밝혀 인상론까지 제기됐다. 중동 전쟁의 파급력을 두고 그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토로한 것은 지금의 위기 수위가 얼마나 심각한지 웅변한다.
시계 제로에 빠진 시장의 냉기류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연준 내에서 ‘연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은 불과 두 달 만에 5%에서 52%로 폭증했다.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목표치(2%)를 넘어선 3.1%를 기록했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예상치의 두 배 넘게 뛰었다. 비농업 일자리도 2020년 말 이후 최대 폭으로 급감했다. 물가는 치솟는데 경기는 가라앉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이 커졌다.
연준의 매파적 시각을 키운 가장 큰 배경은 확산 일로의 중동 리스크다. 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폭격 소식에 두바이유는 배럴당 136달러를 돌파했고 브렌트유도 8%나 오른 110달러 위로 치솟았다. 고유가는 생산 비용을 높여 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악순환의 덫이 된다. 산업연구원이 경고했듯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계속되면 국내 제조업 생산비는 최대 11.8% 높아질 수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졌다. 고유가·고환율·고물가의 ‘3고(高)’ 파고 속에서 금리 인하는커녕 자칫 인상 카드를 만져야 할지 모른다. 경기를 살리자니 물가를 자극하고 물가를 잡자니 경기 위축이 우려되는 딜레마에 더 깊게 빠질 수도 있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와 전쟁 추가경정예산 등 긴급 조치들을 빠르게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일시적 변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물가와 환율 변동성 통제,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등 중동 전쟁 장기화에 대비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촘촘히 준비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어떤 불확실성도 이겨낼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실 opinion@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