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8일 튀르키예 동부 이그디르 공항에 도착한 모습./AFP연합뉴스 |
호주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경기 전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은 이란 여자 축구 대표팀이 귀국했다.
19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여자 축구 대표팀은 호주로 망명한 선수 2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귀국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와 오만을 거쳐 전날 튀르키예 동부 이그디르 공항에 도착한 뒤 버스를 타고 육로로 이란으로 향했다.
이란 정부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국경에 마중 나와 대표팀을 환영했다. 이들은 히잡을 쓴 대표팀에 화환을 걸어주고 이란 국기를 흔들며 환영했다. 이란 준관영 메흐르 통신은 접경지에 소규모 환영 인파가 몰린 모습과 레드카펫이 깔린 무대에 앉아 있는 선수단 사진을 보도했다. 이란 축구연맹 회장은 “이들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감사를 표하기 위해 모였다”며 “대표팀은 비록 여성이지만 남성적인 용기와 힘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호주로 망명 시도했다가 철회한 이란 여자축구 대표팀이 고국으로 귀국했다. 이란 정부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대표팀을 환영하는 모습./ 메흐르통신 |
호주로 망명 시도했다가 철회한 이란 여자축구 대표팀이 고국으로 귀국했다. 이란 정부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대표팀을 환영하는 모습./ 메흐르통신 |
영국 BBC는 이란 대표팀의 귀국길에 환영 인파가 모였다면서도 “국경 너머에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실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이제 그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하고 있다”고 했다.
호주로 망명 시도했다가 철회한 이란 여자축구 대표팀이 고국으로 귀국했다. 이란 정부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대표팀을 환영하는 모습./ 메흐르통신 |
앞서 이란 여자 대표팀 26명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하기 전 AFC 여자 아시안컵에 출전하기 위해 호주를 방문했다.
이들은 지난 2일 한국과의 아시안컵 조별 리그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 때 침묵했고 이 장면은 저항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다. 이란 국영방송은 “국가 제창 거부는 애국심 결여의 극치”라며 ‘전시 반역자’라고 비난했다.
이후 이란 선수들은 지난 5일 호주를 상대로 치른 조별 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는 국가를 부르고 거수경례까지 하는 등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에 선수들이 신변 위협 등의 압박에 의해 국가를 부른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호주가 여자 아시안컵 경기 중 국가 연주 때 침묵했던 이란 여자축구대표팀 선수 5명에 대해 망명을 허용했다고 1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자국 내에서 이들에 대한 처벌 목소리가 커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대표팀의 망명을 받아주라고 호주 정부에 촉구했다. 호주 정부는 보호를 요청한 일부 이란 대표팀 선수들을 안전한 장소로 옮긴 뒤 면담을 거쳐 인도주의 비자를 발급했다. 이 비자를 받으면 12개월간 호주에 머물면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호주 정부에 망명 의사를 밝혔던 7명 중 5명은 결국 이를 번복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이에 이란 정부가 선수들의 가족을 협박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란 타스님 통신은 자국 대표팀 선수들 일부의 망명 철회를 “미국과 호주 프로젝트의 치욕적 실패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실패”라고 했다.
호주로 망명한 이란 여자축구대표팀 선수 2명(앞줄 가운데)이 지난 17일 브리즈번 로어 훈련에 합류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브리즈번 로어 |
이런 가운데 호주로 망명한 선수 2명의 근황도 눈길을 끌고 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호주에 남은 2명의 선수는 호주 A리그 클럽 훈련에 합류했다. 이들이 히잡을 벗고 밝게 웃으며 브리즈번 로어팀 선수들과 단체 사진을 찍었다. 사복을 입고 그라피티 배경으로 자유롭게 포즈를 취한 사진도 공개됐다.
카즈 파타프타 브리즈번 로어 CEO는 “우리는 두 선수가 다음 단계를 헤쳐 나가는 동안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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