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가 지난 18일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미국으로 출발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에 도착했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 직후인 지난해 10월 말 도쿄에서 이뤄졌던 회담에 이어 두번째인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요구한 자위대 함정의 호르무즈 해협 파견과 2차 대미 투자, 동아시아 안보 환경, 방위비(국방비) 증액 등이 의제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미 정부가 정상회담은 19일 오전 11시15분(현지시간)부터 워싱턴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개최되고, 만찬은 같은날 오후 7시15분부터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19일 보도했다. 정상회담 후에는 식사를 하면서 의견을 나누는 실무 오찬도 준비돼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정상회담을 위한 방미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미국 방문에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이 동행했으며, 귀국은 21일로 예정돼 있다.
교도통신은 다카이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실무 오찬, 만찬을 함께할 예정이라며 이는 “두 정상의 좋은 관계를 보여주는 매우 이례적인 환대”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방미는 국빈급 방문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에 두 번 식사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러한 사례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 번밖에 없었다고 닛케이에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해 중동 정세와 자위대 파견 여부 등이 핵심 의제로 급부상한 상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등을 지목해 호르무즈 해협 함정 파견을 요구했지만, 각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강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미·일 동맹을 외교의 기본 축으로 삼고 있는 일본은 헌법과 안보법제 등에 따른 자위대 파견 가능성 등을 검토했지만, 무력행사를 포기한다는 내용을 담은 헌법 9조로 인해 전투 중인 지역에 자위대를 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통신은 일본 정부 내에서는 “전투 수습 전의 자위대 파견은 곤란하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가 지난해 10월 28일 방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일본 요코스카 주일미군기지에 정박 중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에서 미군 장병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에 따라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중동 사태 안정화를 위한 미국 대응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나타내 트럼프 대통령의 호응을 얻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 지지통신은 다카이치 총리가 18일 저녁 일본 출발에 앞서 기자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란) 사태의 조기 진정화이며 우리나라의 입장과 생각도 반영해 확실히 논의하고 싶다”면서 “지금의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면 일미 양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경제도 어려워진다. 각국의 경제안전보장에도 지장이 있을 수 있으니 그런 점도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위대 파견과 관련해 강하게 압박할 경우 다카이치 총리가 어떻게 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자위대 파견과 관련해 다카이치는 지난 1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 법률에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다고 확실히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조사·연구 목적에 따라 이란에서 정보 수집 활동을 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이 역시 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이란 정세를 둘러싼 협의가 최대 초점이 될 것”이라며 “일본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요구를 강하게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계심을 키우며 회담을 맞게 됐다”고 전했다.
또 이란 정세 외에 중일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 대한 대응,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등 동아시아의 안보 환경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교환될 전망이라고 NHK는 보도했다. NHK는 이어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군사 동향 등을 바탕으로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이 전후 가장 엄격하고 복잡한 안전 보장 환경에 직면해 있다”는 입장이라면서 미·일 동맹의 억지력과 대처력을 높여 나갈 생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일 동맹을 축으로 한국을 더한 한·미·일 3국, 필리핀을 더한 미·일·필 3국, 호주와 인도를 더한 미·일·호·인 4국 등 다각적인 안전 보장 협력을 심화하는 것에도 초점을 두려 한다고 덧붙였다.
회담에선 다카이치의 대만 유사시 발언 이후 심화되고 있는 중·일 갈등과 대북 대응 등도 거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NHK는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촉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경제 협력과 관련해서는 일본의 2차 대미 투자 프로젝트가 중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정상 회담을 계기로 발표될 2차 투자 규모는 최대 10조엔(약 93조873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NHK는 구체적으로 미국산 원유 증산을 위한 협력과 두번째 투자 사업을 정리한 공동문서를 발표하는 방향으로 양국이 최종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희토류 등 중요 광물의 공급망을 다각화하기 위한 양국의 연계 강화도 의제가 될 전망이다. 2차 투자 대상으로는 천연가스 발전 시설과 소형 모듈 원자로(SMR)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일본이 발표한 1차 투자는 360억달러(약 54조1000억원) 규모였다.
NHK는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증액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할지도 초점 중 하나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경우 다카이치 총리는 2027년도까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늘리는 정부 목표를 올해 안으로 앞당겨 달성할 것임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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