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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떠난 발 킬머, 생성형 AI로 '새 연기'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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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캐스팅됐던 작품
건강 악화로 사망 후 AI로 구현
유족 허락 아래 디지털 복제
실제 같은 스틸컷 공개도
지난해 세상을 떠난 할리우드 배우 발 킬머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다시 스크린에 등장한다. 생전 참여하지 못했던 작품에 디지털 기술로 복귀하면서, 영화 산업에서 AI 활용을 둘러싼 논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일 연합뉴스는 NBC 뉴스와 AP통신 등 외신을 인용해 미국 뉴멕시코에 본사를 둔 제작사 퍼스트 라인 필름은 발 킬머를 AI로 구현해 영화 '무덤만큼 깊은'(As Deep as the Grave)에 출연시킨다고 밝혔다. 해당 작품은 올해 개봉을 목표로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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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영화 '탑 시크릿'으로 데뷔한 킬머는 이후 '탑건', '도어스', '히트', '배트맨 포에버'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였다. AP연합뉴스


이 영화는 20세기 초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 유적을 발굴하던 고고학자 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발 킬머는 극 중 가톨릭 사제이자 아메리카 원주민 영성주의자인 '핀탄 신부' 역을 맡을 예정이었다. 특히 해당 인물은 지역 역사와 종교, 문화적 정체성이 교차하는 상징적인 존재로, 작품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출을 맡은 코에르테 보어히스 감독은 킬머를 해당 역할에 가장 적합한 배우로 판단해 수년 전 캐스팅을 확정했으나, 촬영을 앞두고 그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실제 출연은 무산됐다. 킬머는 오랜 기간 인두암과 싸우며 투병 생활을 이어왔고, 결국 지난해 4월 6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제작진은 캐스팅을 포기하지 않았다. 감독은 킬머가 생전 보여준 작품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고려해 그의 존재를 작품에 남기기로 결정했고, 유족의 동의를 얻어 AI 기반 디지털 복제를 진행했다. 이는 단순한 외형 재현을 넘어 기존 자료와 기술을 결합해 배우의 표정과 분위기까지 구현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가 공개한 스틸컷에는 사제복을 입은 킬머가 깊은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이 담겼다. 자연스러운 얼굴 표현과 디테일로 인해 실제 촬영된 장면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는 킬머의 딸 메르세데스 킬머도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그는 "아버지는 생전에 새로운 기술이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확장한다고 믿었다"며 "이번 결정은 아버지의 가치관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영화를 통해 아버지의 예술적 정신과 메시지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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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가 공개한 스틸컷에는 사제복을 입은 킬머가 깊은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이 담겼다. 자연스러운 얼굴 표현과 디테일로 인해 실제 촬영된 장면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Coerte Voorhees / Variety


발 킬머는 이미 한 차례 AI 기술을 활용한 연기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인두암 치료 과정에서 목소리를 잃은 그는 2022년 영화 '탑건: 매버릭'에 출연하며 AI로 복원된 음성을 사용해 연기를 선보였다. 당시 그는 "소통은 인간 존재의 핵심이며, 다시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984년 영화 '탑 시크릿'으로 데뷔한 킬머는 이후 '탑건', '도어스', '히트', '배트맨 포에버'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탑건'에서 아이스맨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배트맨 포에버'에서는 브루스 웨인을 연기해 대중적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한편, 이번 사례는 배우 사후 AI를 활용한 연기 재현이라는 점에서 윤리적·산업적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인의 초상과 연기를 기술로 재현하는 것이 예술적 확장인지, 혹은 새로운 경계 설정이 필요한 영역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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