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유조선들이 오만의 무산담 통치 국경 근처 라스 알 카이마 북부에서 본 호르무즈 해협 근처 만에서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이란이 중국 위안화로 원유를 거래하는 것을 조건으로 8개국과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협의 중이라고 CNN이 17일 보도했다. 이들 국가는 이란이 위안화로 원유를 거래하는 국가들의 선박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 합의를 모색하기 위해 이란에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 방송은 이날 이란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중국 화폐인 위안화로 거래되는 원유에 대해 안전 통행을 허용하겠다는 제안과 관련, 중동이 아닌 8개국과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이란이 현재의 봉쇄 조치를 유지하는 것과 별도로 해협을 통과하는 해상 교통을 관리하는 더 포괄적인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이 소식통은 위안화 거래를 조건으로 이란과 협의 중인 8개국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주요 외신을 통해 이란이 위안화로 거래되는 원유를 실은 선박에 대해서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잇달아 나온 바 있다. 이에 일부 국가는 위안화 거래를 조건으로 협상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거래로 인한 조치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파키스탄과 인도 등 일부 국가의 선박은 이란 정부 통제하에 호르무즈 해협 통과에 속속 성공한 상황이다. 이들 국가 선박은 이란 해안선에 붙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는데, 외국 선박들이 이렇게 이란에 근접해 항해하는 것은 평소 드문 일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이 특정 조건이나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일부 국가 선박의 해협 통과를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해양 투명성 이니셔티브 부소장인 해리슨 프레텟은 “이 항로 사용은 이란이 특정 선박의 해협 통과를 승인한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란이 사실상 호르무즈 통제 체계를 가동해 선박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존 항로에서는 드론, 미사일, 기뢰를 이용해 선박을 공격하는 대신 우방국에는 새로운 통행로를 열어줬을 수 있다는 것이다. JP모건 애널리스트 나타샤 카네바는 “이런 상황은 이란과의 정치적 합의에 의존하는 해협 통제 시스템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란의 위안화 거래 구상에 대해 일부 중국 전문가는 신중론을 펴기도 한다. 왕이웨이 중국 런민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전면 봉쇄보다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조치”라면서도 “이 방식이 중국을 더 광범위한 지정학적 긴장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구상의 의미가 단순한 에너지 운송을 넘어 세계 질서와 지정학적 안정성의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와 가까운 한 외교 전문가는 익명을 전제로, 이 구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정치적 역풍의 위험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이 전문가는 “세계 원유 거래의 대부분은 위안화로 가격이 매겨지지 않는다”며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이란의 요구를 따르는 국가나 기업은 정치화된 행동을 하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도 정치적 대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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