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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협상할 인물 모두 죽이는 이스라엘···라리자니 암살에 “전쟁 더 길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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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온건파 가교 역할 해온 라리자니
노련한 엘리트 정치인으로 다양한 파벌 갈등 조율 가능
신정체제 옹호하지만 협상할 줄 아는 ‘실용적 보수주의자’
강경 혁명수비대 입김 커지고, 종전 협상 돌파구 찾기 어려워져
“이스라엘, 미국과 협상할 인물 모두 암살하고 있다”
“이란 지도부 군사화, 전쟁 길어질 것”
경향신문

지난해 9월27일 레바논 베이루트 외곽에서 열린 헤즈볼라의 전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사망 1주기 추모식에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시 이란의 실권자로 국정운영을 총괄했던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이 이스라엘에 표적 암살당하면서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경 군부와 온건파 간 중재 역할을 해온 ‘실용적 보수주의자’ 라리자니의 죽음으로 군부의 장악력이 커지면서 종전을 위한 외교적 해법을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SNSC는 18일(현지시간) 라리자니 사무총장이 아들 모르테자와 참모, 경호원과 함께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이란은 라리자니 사무총장의 죽음을 “순교”라고 부르며 보복을 다짐했다. 아미르 하타미 이란군 참모총장은 “결정적이고 후회할 보복”을 하겠다고 다짐했으며, 이스라엘을 향해 집속탄을 탑재한 미사일을 발사해 2명이 사망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후 실질적 지도자 역할을 해왔던 라리자니 사무총장의 사망은 이란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CNN은 “이란 지도부에서 가장 예리하고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잃은 것”이라며 “전쟁 종식을 협상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지난 1월 이란 반정부 시위 정국을 거치면서 이란 실권자로 떠올랐다. 하메네이가 그에게 국정운영 실권을 넘겼고, 반정부 시위 유혈진압을 주도했다. 전쟁 발발 전에는 미국과 핵 협상을 막후에서 조정했으며, 미·이스라엘과의 전시상황을 책임져 온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자였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의 이란 안보 전문가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수십년 동안 시스템의 중심에서 활동하며 엘리트층 곳곳에서 신뢰를 얻은 진정한 내부자”라며 “그처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물을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CNN에 말했다.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신정 체제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보수적 정치인이지만, 이란 내부에서는 실용주의자로 평가받는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국영 방송사 사장, 국회의장 등을 지내며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요직을 맡았다. 대외적으로는 2005~2007년 이란의 최고 핵 협상가로 활동하고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 당시 의회 통과를 주도했으며, 2021년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협정을 총괄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2006년 9월 28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회담에 앞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왼쪽)이 이란의 핵 협상 수석대표인 알리 라리자니를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지지는 그를 ‘실용적 보수주의자’로 평가하면서 “라리자니와 같은 위상을 가진 인물이 다양한 파벌을 설득해 종전 협상에 나서게 할 수 있었지만, 그의 죽음으로 이런 연합을 구축할 인물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라리자니 사무총장이 이란 신정체제를 옹호하는 강경파였지만, 협상의 언어를 아는 실무형 권력자였다면서 이란 정치 및 군사 엘리트층 사이에서 독보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파벌 간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NYT는 라리자니 사무총장이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선출에 반대하며 미국과의 적대 관계 종식을 가져올 수 있는 보다 온건한 후보를 지지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라리자니 사무총장의 죽음은 전쟁 국면에서 강경 혁명수비대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신임 최고지도자 모즈타바가 혁명수비대 출신 초강경 인사 모흐센 레자이를 군사고문에 임명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아지지는 “이란 지도부가 더욱 군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라리자니의 실용주의라는 균형추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모든 것이 군 엘리트의 손에 달린 상황에서, 그들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유연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랍·걸프국가연구소 선임 연구원 알리 알포네는 “정권의 급진화를 가속화하고 혁명수비대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미국과 협상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 암살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강경파인 혁명수비대 뿐”이라고 NYT에 말했다.

테네시대 사이드 골카르 교수는 라리자니 사무총장의 죽음으로 이란 의회 의장이자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며 “그는 전쟁을 계속할 것이다. 그들은 미국에 또다른 베트남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라리자니 사무총장과 골람레자 솔레이마니 바시즈 민병대 총지휘관을 표적 암살한 이스라엘은 모즈타바 또한 추적해서 제거하겠다고 경고했다.

에피 데프린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우리는 이란 정권의 모든 지도부를 타격하고 있다”며 “모즈타바를 추적해 찾아낼 것이며, 결국 무력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즈타바는 미·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 [시스루피플] 전쟁 나면 누가 이란 이끄나···유혈진압 설계자·핵협상 지휘자 라리자니
https://www.khan.co.kr/article/202602231615001



☞ 이란 실권자도 반대했다···모즈타바 선출 둘러싼 권력암투 ‘왕좌의 게임’
https://www.khan.co.kr/article/202603171554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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