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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한미군 규모 부풀려 또 파병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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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에 4만여명 보내 40년 보호”
중국엔 정상회담 한 달 연기 통보
해협 봉쇄 전 이란 굴복 예상 탓
상선·유조선 보호 대비 못한 듯
“필요해서가 아니라 반응 궁금”
사실상 ‘충성도 테스트’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한국·일본 등에 주둔하는 미군 규모를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작전에 참여할 것을 동맹국들에 재차 요구했다.

호르무즈 재개방을 위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유가가 오르고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하자 동맹국들에 참전을 강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이 파병 요구 수위를 연일 높이면서 대미 안보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 측에 이달 말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의 한 달 연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일본에 4만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한국에도 4만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 독일에도 4만5000명에서 5만명의 병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일미군은 5만명, 주한미군은 2만8500명, 주독미군은 3만5000명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 모든 나라를 방어하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가 ‘소해함(기뢰제거함)이 있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글쎄, 우리는 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오더라도 그들(동맹국)은 우리 곁에 없을 것”이라고 믿어왔다면서 “우리가 40년 동안 당신들을 보호했는데 이 아주 사소한 일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냐”고 했다.

이날 발언은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 지원은 받으면서 미국에 기여하지는 않는다는 ‘안보 무임승차론’을 지렛대 삼아 파병을 재차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4일 첫 파병 요구 때 호르무즈를 통해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이 이 지역 통행 유조선을 직접 호위해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동원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한·일 등이 파병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를 제시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원유 많이 수입, 한·중·일·유럽 나서서 도와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원유 수급 문제를 거론하며 “우리는 원유 수입량의 1% 미만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온다”며 “우리가 그들(동맹국)을 보호해주고 있는데 정작 우리에게는 그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이 항상 나를 괴롭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수입 석유의) 95%, 중국은 90%를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여오고 여러 유럽 국가도 상당한 양을 수입한다. 한국은 35%를 수입한다”며 “따라서 우리는 이들 국가가 나서서 해협 문제를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수입에 대한 의존도는 한국 62%, 일본 69%, 중국 49% 수준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동맹국에 파병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미국은 전쟁 중 이란의 공격으로부터 상선과 유조선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에 대비가 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봉쇄 및 유가 급등 가능성 등을 예상하지 못했고, 봉쇄가 현실화한 지금도 해협을 다시 열 방안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이 미군의 이란 공습이 호르무즈 봉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여러 차례 보고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전에 이란이 굴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전쟁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영국 등 파병 요청을 받은 국가들은 이날까지 미국에 확답을 주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국가들은 파병에 “매우 열정적”이라면서도 일부는 불참하리라는 것을 인정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더힐에 따르면 그는 “우리가 약 40년 동안 수백억달러를 들여 보호해온 국가 중 한두 곳은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다. 우리는 누구도 필요 없다”고도 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우리가 그들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요청)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NYT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파병 요구가 사실상 충성도 테스트에 해당한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중 정상회담 일정을 한 달 정도 미룰 것을 중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다. 내가 여기(미국)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시에 군 통수권자가 외국을 방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외교부는 “중·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문제와 관련해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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