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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환심 산 전쟁광…이란 공격 뒤엔 그가 있었다[트럼피디아]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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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골프 라운딩에 나섰다. 사진 출처 그레이엄 인스타그램


“내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협력해 미국의 이란 공격을 성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80)의 의회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71)은 6일(현지 시간)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의 이란 무력 개입을 수십 년간 주장해온 그레이엄이 자신의 정치적 승리를 공표한 순간이었다. 5년 전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인’하는 정치적 도박에 뛰어든 성과를 본 것이었다.

● 마가에 위장취업한 정치 베테랑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공격을 가하자 그레이엄은 연일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을 옹호했다. 그가 “테러리즘의 모선(mothership)이 침몰하고 있다” “선장(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이 사망했다”며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마음에 든다. 계속 TV에 나가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레이엄은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골프 회동을 가지는 인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간 그레이엄은 미국이 중동의 적을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사전 공격하되, 이후 현지 상황에는 개입하지 말자는 주장을 펴왔다. 아프가니스탄 등에 친미 민주주의 정권 수립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과거 선례를 따르지 말자는 것이었다.

이는 해외 개입 자체를 반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과는 배치되는 입장이다. 그레이엄은 ‘이름만 공화당(RINO)’ ‘위선자’ ‘전쟁광’이라는 멸칭으로 비난을 받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밀착 보좌했다.

특히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남들보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로 돌아가 곁을 지키며 충성심을 인정받았다.

마가 진영의 우려를 불식하고자 강경 마가처럼 보이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이랑 휴가를 가든 말든, 뭘 하든 상관 없다”고 말하는 식이었다.

그는 사실 마가에 위장취업한 정치 베테랑이었다.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얻고 모두를 속인 것이었다. 그는 “이번 이란 군사 개입 하나만으로도 그의 재선에 도박을 걸 가치가 충분했다”고 WSJ에 말했다.

● “힘을 통한 평화가 미국을 지킨다”

그레이엄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시골에서 자랐다. 당구장 겸 주점을 운영하던 부모님과 가게에 딸린 단칸방에서 온 가족이 함께 지냈다고 한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재학 중 부모가 연이어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22세에 부모를 잃고 13세 여동생을 부양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학군장교(ROTC) 출신인 그는 로스쿨 졸업 후 공군 법무관이 됐다. 이 시절 그는 군 가족 혜택을 최대한 받기 위해 여동생을 자녀로 입양했다고 한다. 여동생이 성인이 된 직후 그는 1984~88년 독일 라인마인 공군기지에서 근무하며 현지에서 냉전의 최전선을 목격했다. 그레이엄은 전장에 나간 적은 없지만 당시 경험을 통해 “로널드 레이건의 ‘힘을 통한 평화’가 냉전기 미국 본토를 안전하게 지켰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고 한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독일 복무 이후 전역해 법률회사(로펌)에서 일하던 그레이엄은 1992년 주하원의원에 당선돼 정치의 길을 걸었다. 3년 뒤 그는 40세의 나이로 젊은 하원의원이 돼 연방 의회에 입성한 뒤 30년 넘게 연방 의석을 지키고 있다.

● 생존 위해 트럼프에 ‘올인’

그레이엄은 2015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주고받았다. 그 당시 “절대 트럼프를 지지하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첫해 그레이엄은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 쌓기에 돌입했다.

당시 그레이엄의 정치적 스승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은 뇌종양 진단을 받고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그레이엄은 ‘보수 거목’ 매케인과 2000년대 초반 전 세계를 누비며 미국의 강력한 군사 개입을 주장했다.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해 독재 정권에 대항하고, 특히 중동 내 위협을 선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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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이란 핵무기 반대 행사 무대에 나란히 오른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 그레이엄, 존 리버먼 전 상원의원(왼쪽부터). 셋은 정치적 성향은 다르지만 힘을 합쳐 외교활동을 벌여 ‘스리 아미고스(3명의 친구)’라고 불렸다. 사진 출처 그레이엄 페이스북


2017년 8월 의회 내 우군의 별세 이후 그레이엄은 친(親)트럼프 노선으로 전향했다. 이듬해 재선을 앞둔 그가 정치적 생존을 위해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그해 10월 그레이엄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가 골프를 쳤다. 이후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후보자 상원 인사청문회 등 주요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며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그레이엄은 외교정책에 있어 강경파였지만, 국내 정책은 사안에 따라 민주당과 여러 차례 협력한 이력이 있다. 2015년 대선 출마 선언에서도 “미국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누구와도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핵심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은 그가 또한번 변절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 집요하고 노련한 ‘린지 삼촌’

돌아보면 그레이엄은 그간 조금씩 트럼프식 비개입주의의 한계를 시험했다.

첫 번째 시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지난해 2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그레이엄은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기간 가진 저녁 자리에서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골프 약속을 잡았다. 러시아 강경론자이자 젊고 유쾌한 골프선수 출신인 스투브 대통령과 손잡고 설득 작업에 나선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절친’ 스투브 대통령은 트럼피디아 37화 에서 다뤘다.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50817/132196845/1

골프 회동은 성공했다. 지난해 3월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처음 공개 비판하고, 이후 주요 국면에서 스투브 대통령과 상의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그레이엄 역시 지난해 4월 대러 제재 법안을 발의하며 의회에서도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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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트럼프 대통령(왼쪽)의 플로리다주 사저 인근 골프장에서 라운딩에 나선 스투브 대통령(가운데)과 그레이엄. 사진 출처 그레이엄 X


올 1월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직후 그레이엄은 미소를 지었다. 당시 세간의 관심은 J 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차기 대선 경쟁 구도에 집중됐다. 마두로 체포를 계기로 비개입주의를 주장한 밴스 부통령보다 강경 매파 출신의 루비오 장관이 앞서간다는 분석이었다.

그레이엄은 다른 기회를 봤다. 마두로 대통령 체포를 이란 공격을 위한 디딤돌로 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이 극대화된 상황을 활용하겠다는 작전을 짠 것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 이후 국면은 베네수엘라와 중남미로 전환된 상황이었지만 그는 전략적으로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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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대통령 체포 직후인 1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서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모자를 들고 그레이엄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날 그레이엄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내 기자회견에 함께 나와 “마두로가 미국에 위협이 되는 악인이라는 점은 모두가 알았지만, 행동에 나선 것은 트럼프가 처음”이라며 열성적으로 옹호했다. 그는 사저 마러라고리조트에서 연말연시 휴가를 마치고 워싱턴으로 복귀하는 비행을 함께했다. 사진 출처 그레이엄 인스타그램


그레이엄은 TV에 자주 출연해 이란 공격을 주장하는 한편 이스라엘을 방문해 정보기관을 만났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에게 직접 트럼프 대통령 설득법을 조언했다고 한다. 그는 “네타냐후가 (2월 11일 백악관에서) 트럼프를 만나 작전을 진행하게 만든 정보를 보여주었다”고 WSJ에 밝혔다.

● “역사에 남을 업적 만들자”

그레이엄이 이란 공격의 운을 띄운 것은 2024년 11월 대선 승리 직후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최대 외교 치적으로 삼는 이스라엘과 중동국 간의 외교 관계 정상화 ‘아브라함 협정’에 사우디아라비아 등 더 많은 국가들이 추가로 참여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이란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사에 남을 업적을 만들자’는 식으로도 설득했다. 3연임이 불가해 4년 내 성과를 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급함을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그에게 ‘이란 테러 정권 붕괴는 베를린 장벽 붕괴에 맞먹는 업적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3일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밝혔다.

최근에는 역대 대통령의 명언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의 명언은 뭐가 될 것 같냐”고 물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잘 모르겠다”고 말하자 지난 1월 그가 이란인들에게 정권에 맞서라고 촉구하면서 올린 트루스소셜 게시글을 인용했다고 한다. “계속 시위해라. 우리가 도우러 가고 있다.”

그레이엄은 백악관 내 세력을 확보하는 대신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올인하는 전략을 폈다. 이란 공격에 앞서 백악관 안에서 그레이엄과 뜻을 함께한 참모는 사실상 없었다고 한다. 그는 “군사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를 두고 행정부 내에서 치열한 경합이 벌어졌다. 이스라엘 혼자 하게 두거나, 하지 말자는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고 폴리티코에 당시 상황을 전했다.

● “계속 공격을 퍼붓자”

가면을 아예 벗은 그레이엄은 정권 붕괴를 열망하는 이란인들의 ‘린지 삼촌’으로 등극했다. 이들은 이란 정권을 두고 “종교 나치” “악의 제국”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는 그를 ‘아무(삼촌) 린지’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14일 독일 뮌헨안보포럼회의 기간에 열린 대규모 이란 반정부 집회에서 그는 무대에 올라 “나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말고 이란인 편에 서겠다”고 연설했다. 25만 명이 운집한 집회에서 그는 반정부 세력의 상징이 된 팔레비 왕정 시대 이란 국기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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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이 지난달 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이란 반정부 집회 무대에 오른 모습. 사진 출처 그레이엄 X


그레이엄은 적을 공격하는 것 자체로 미국 안보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상대가 공격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공격해 군사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공격 이후 상대국의 권력 공백을 메울 차기 세력의 안착을 미국이 책임지고 도맡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반대한다.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는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걸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레바논 작전을 확대하고 쿠바에 대한 군사개입을 검토해야 한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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