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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군함 들어가면 ‘격멸 구역’…美도 아직 투입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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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1일(현지 시각)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미사일에 맞은 뒤 불이 난 태국 국적 화물선 '마유리 나리'호의 모습. /태국 해군


이란 전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호르무즈 해협 통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5국에 군함 파견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가운데, 이 해협을 확보하려면 대규모 군함 투입이나 지상군 작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좁은 곳의 폭이 약 34㎞에 불과한 해협의 지리적 특성상 군함이 이곳에 들어갈 경우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쉽게 노출되는 ‘격멸 구역(kill box)’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란 전쟁 이후 세계 유가가 40% 가까이 상승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급한 과제가 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해협에는 미 해군도 군함을 직접 투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만큼 지리적 조건이 이란에 유리하다는 의미다. 해군 전문가들은 좁고 긴 수로라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유조선을 호위하기 위해 진입하는 미 군함들이 이란의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거리가 짧아 미사일과 드론을 탐지하거나 격추할 시간 자체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유조선을 호르무즈 해협에서 안전하게 호위하려면 유조선 한 척당 군함 두 척, 또는 5~10척 규모의 유조선 호송단을 보호하기 위해 군함 약 12척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하루 150척 이상의 유조선이 통과하며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이동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방식의 호위 작전이 몇 달 동안 지속되더라도 기존 수송량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해군의 호위 작전이 시작된다 해도 하루 정상 교통량의 약 10% 정도만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WSJ는 “이 속도라면 걸프 지역에 발이 묶여 있는 600척 이상의 국제 무역 선박의 적체를 해소하는 데도 몇 달이 걸릴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이들 선박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위험은 여전히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본토의 산악 지형에서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하지 못하도록 지상군을 투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제31 해병원정대 약 2500명을 중동에 투입하도록 명령했다. 이들 병력은 며칠 내로 중동 지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지상군 투입 여부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위해 해병대를 투입할 경우 약 19만 명 규모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의 육상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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