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이번 주 국내 증시의 급등락 흐름을 짚어보고 다음 주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살펴보겠습니다.
유가 120弗 육박…환율도 17년만에 최고
미국과 이란 간 확전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약 17만 9460원)에 육박하면서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33포인트(5.96%) 내린 5251.87로 마감했습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에 달했던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한 달 사이 서킷브레이커가 두 번이나 발동되는 등 극심한 ‘패닉셀’이 나타났습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274조 원이 증발했습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장중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2.39포인트(4.54%) 하락한 1102.28로 장을 마쳤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날 일본 닛케이 지수(-5.20%)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67%) 등 주요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그동안 상승 폭이 컸던 코스피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고유가 부담에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9.1원 오른 1495.5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에는 1499.2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3월 12일 장중 고점(1500.0원)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코스피 5% 넘게 오르며 5500선 탈환
고유가 충격으로 증시가 급락했던 ‘검은 월요일’ 다음 날인 10일에는 분위기가 급반전했습니다. 이란 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코스피는 롤러코스터를 탄 듯 빠르게 낙폭을 회복했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80.72포인트(5.35%) 오른 5532.59로 장을 마쳤습니다. 장 초반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6% 넘게 급등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습니다. 전날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지 하루 만이었으며, 올해 들어 세 번째 매수 사이드카였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 977억 원, 8508억 원을 순매수하며 시장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이날 증시 급반등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이란과의 전쟁이 꽤 빨리 끝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급등했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다시 80달러대로 내려왔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전일 주간 종가보다 26.2원 내린 1469.3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한숨 돌린 코스피, 12일 ‘네 마녀의 날’ 무난히 넘겨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 초까지 코스피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어수선한 흐름을 보이자 투자자들은 12일 ‘네 마녀의 날’을 앞두고 변동성이 더욱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놨습니다. 네 마녀의 날은 주가지수 선물·옵션과 개별주식 선물·옵션의 만기일이 동시에 겹치는 날을 말합니다. 11일 종가 기준 국내 선물·옵션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정산하지 않고 보유 중인 미결제약정(OI) 규모는 약 2110만 계약에 달했습니다. 이 같은 ‘정산 대기 물량’이 만기일까지 정리되지 않을 경우 만기일인 12일 종가에 기계적으로 청산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실제 주식을 대량으로 사고팔아야 하기 때문에 장 마감 동시호가 시간대(오후 3시20분~30분)에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증시가 흔들리는 가운데 만기일 수급 변화까지 겹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시장은 우려보다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습니다. 국제유가 급등 부담 속에서도 코스피는 약보합 마감에 그쳤습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6.70포인트(0.48%) 내린 5583.25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상승 종목 수가 572개로 하락 종목(322개)을 크게 웃돌면서 개별 종목 흐름은 오히려 견조한 모습이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급락 이후 코스피 변동성은 점차 완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급등락을 겪으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도 이전보다 낮아진 모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 증시 올해 최저치 경신…코스피 5000 사수할까
하지만 시장에서는 다음 주 국내 증시가 주요 글로벌 이벤트를 앞두고 관망 심리가 맞물리면서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확대될 경우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다시 커지며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지난 4일 종가가 5093.54까지 떨어졌던 것처럼 5000선도 위태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이란과의 전쟁 14일 차인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국제유가 상승과 부진한 경제지표 영향으로 하락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보다 40.43포인트(0.61%) 내린 6632.19에, 나스닥 종합지수는 206.62포인트(0.93%) 하락한 22105.36에 각각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올해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이는 전쟁 장기화 우려 속에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날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3.14달러로 전장보다 2.7% 올랐습니다. 종가 기준으로 2022년 7월 말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의 최고 수준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군이 자신의 명령에 따라 이란 석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의 군사시설을 제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이란이 사실상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재개하기 위한 군사·경제적 압박 조치로 해석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2일(현지시간) 녹화해 13일 방송된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앞으로 한 주 동안 이란을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말하며 추가 군사 행동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17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20일 예정된 미국의 파생상품 만기일인 이른바 ‘네 마녀의 날’도 미국 증시 변동성을 키울 핵심 변수로 꼽힙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변동성의 최악 국면은 지났지만 아직 안정 국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과거 최대하락폭(MDD) 관점에서 보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코스피 4885포인트 수준”이라고 짚었습니다.
다만 코스피의 펀더멘털이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코스피 예상 밴드를 5300~5900선으로 제시하며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고변동성에 노출돼 있지만 엔비디아의 연례 기술 콘퍼런스 GTC 2026 개최와 주주총회 시즌 개막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 기대 등 한국 시장의 상승 모멘텀도 재확인될 것”이라며 “조정이 발생할 경우 반도체·전력·증권 등 주도주 중심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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