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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일본에 추월당한 1인당 국민소득, '신산업 발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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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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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정체의 근본 원인은 고착화하는 저성장 구조에 있다. 민관정이 지혜를 모아 혁신경제 틀을 짜야 할 때다.[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6000달러대에 머물며 대만과 일본에 뒤졌다. 2023년과 2024년 연속 일본ㆍ대만을 앞섰던 국민소득이 역전당했다. 경제성장률이 낮았지만, 원화가치 약세(원ㆍ달러 환율 상승) 영향도 적지 않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명목 GNI는 3만6855달러. 전년 대비 110달러(0.3%) 증가에 그쳤다. 원화 기준으로는 5241만6000원, 1년 새 229만6000원(4.6%) 늘었지만 원ㆍ달러 환율이 뛰며 까먹었다.


2024년 1364원이었던 연평균 환율이 지난해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과 외환 수급 불균형으로 1422원으로 오른 탓이다. 지난해 환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394.97원)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1276.35원)을 제치고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이 오르면 원화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도 달러로 환산하는 1인당 GNI는 맥을 못 춘다. 2022년에도 연초 1200원 수준이었던 환율이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계속 올라 연평균 1292원에 이르렀고, 그해 1인당 GNI는 전년보다 7.0% 줄었다.


2023년부터 3년 연속 3만6000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한 한국과 달리 대만의 1인당 GNI는 지난해 4만585달러로 4만 달러를 뚫으며 한국을 앞섰다. 일본도 3만8100달러로 한국을 추월했다. 대만의 1인당 GNI가 한국을 능가한 것은 22년 만이다. 대만은 인공지능(AI) 초호황으로 지난해 8.7% 성장한 데 이어 올해도 7%대 성장이 예상돼 한국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미국ㆍ이스라엘과 이란간 전쟁으로 올해 경제성장 경로에 빨간불이 켜졌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내수 회복을 기대하며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상향 조정했는데 중동 사태로 경기하방 압력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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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환율이 1500원선을 위협하며 오르내린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고 환율이 고공행진하면 올해 1인당 GNI는 2022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역성장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으로 오를 경우 성장률은 0.3%포인트 떨어지고, 경상수지는 260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 1인당 GNI는 '선진국 관문'인 3만 달러에 2014년 처음 진입한 뒤 계속 그 안을 맴돌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3만 달러를 돌파한 영국ㆍ프랑스ㆍ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4만 달러로 도약하는 데 평균 4년이 걸리지 않았는데, 한국은 12년째 3만 달러 덫에 갇혀 있다.


국민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1인당 GNI에서 한국이 대만ㆍ일본에 뒤진 것을 환율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대만과 일본도 환율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3국의 경제성장률 차이를 들여다봐야 한다.


지난해 대만 성장률이 8.0%를 넘어선 반면 한국은 1.0%에 턱걸이했다.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 성장률(1.2%)에도 못 미쳤다. 일본 성장률이 한국을 능가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이다.


국민소득 정체의 근본 원인은 환율보다 1%대로 하락한 잠재성장률에서 보듯 고착화하는 저성장 구조에 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도 지난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넘지 못했다. 수출 주도형인 한국 경제가 장기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채 기존 산업에 안주해온 결과다.


우리나라 장기 성장률이 지난 30년간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했다는 '5년 1% 하락의 법칙'을 제시한 김세직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전 서울대 교수)은 4년 뒤, 2030년 성장률이 –0.1%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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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환율이 1500원선을 위협하며 오르내린다.[사진 | 뉴시스]


김세직 원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1990년대 이후 선진 기술을 따라가는 방식의 성장 모델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국가의 인적자본 전략을 '모방'에서 '창조' 중심으로 전환하자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전 국민 아이디어 등록 제도' '창의 인재 재탄생 프로그램' 도입을 제안했다.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 일부인 1조원을 활용해 아이디어 하나당 1000만원을 지원하면 국민으로부터 10만개 이상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국민소득을 늘리려면 신성장동력 중심으로 혁신경제 틀을 짜고, 한계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속도를 높여야 한다. AI와 저전력 반도체, 피지컬 AI와 로봇, 배터리와 에너지산업 등 미래 산업의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가 약속한 코스피5000 시대를 열었지만, 기업 활동과 실적이 떠받치지 않으면 머니게임일 따름이다. 과감한 규제혁파와 노동ㆍ구조개혁으로 신산업을 개척해야 국민소득 4만 달러, 5만 달러 시대가 가능해진다. 저출산고령화가 저성장 고착화로 귀결되지 않도록 민관정이 지혜를 모을 때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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