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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냄새가 달라질까…과학이 밝힌 ‘노화 체취’의 비밀[건강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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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피부 변화로 체취가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생 문제가 아닌 자연스러운 ‘노화 체취’ 현상으로 설명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나이가 들면서 몸에서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이를 흔히 ‘노화 체취’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인구 5명 가운데 1명 이상이 65세 이상인 고령사회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면서 체취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는 단순한 인식일까, 아니면 실제로 노화와 관련된 생물학적 변화일까.

전문가들은 이러한 체취 변화가 실제로 존재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피부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이런 변화는 보통 40대 이후 시작돼 50대 이후 더 뚜렷해지는 경우가 많다.

연구에 따르면 노인성 체취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물질은 ‘2-노네날(2-nonenal)’이다. 이는 피부 피지 속 지방산이 산화되면서 생성되는 휘발성 알데하이드 화합물이다. 나이가 들면 피부의 항산화 능력이 떨어지고 피지의 구성도 변하면서 지질 산화가 증가한다. 그 결과 2-노네날 생성이 늘어나 특유의 묵은 기름이나 오래된 종이 같은 냄새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보통 40대 이후부터 관찰되기 시작하며 개인의 유전, 피부 유형, 생활 습관, 환경 노출에 따라 정도는 달라진다. 운이 좋다면 2-노네날 냄새가 거의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2-노네날은 땀처럼 특정 샘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아니라 피지의 산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피지선 밀도가 높은 두피, 목 뒤, 가슴, 등, 귀 뒤 등의 부위에서 체취가 더 쉽게 형성될 수 있다.

사람은 자기 몸에서 나는 냄새를 잘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후각 적응’ 때문이다. 냄새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뇌가 그 냄새에 익숙해지면서 더 이상 강하게 느끼지 않게 된다. 뇌는 익숙한 냄새는 무시하고 새로운 냄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친구 집에 가면 그 집 특유의 냄새를 쉽게 느끼지만, 자기 집 냄새는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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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화합물은 지질 성분과 잘 결합하는 성질이 있어 땀처럼 물과 비누에 쉽게 씻겨 나가지 않는다. 목욕을 하면 일부 제거되지만 피부에서 계속 생성되기 때문에 단순한 세정만으로는 완전히 없애기 어렵다. 이 물질은 피부뿐 아니라 옷감에도 쉽게 달라붙는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피부 피지 속 지방산이 산화하면서 만들어지는 물질이기 때문에 항산화 성분이 들어간 세정제가 도움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알데하이드와 결합하는 성분이 포함된 제품도 냄새 지속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타닌(tannin)이 포함된 제품이다.

타닌 성분이 들어있는 단감과 녹차 추출물을 원료로 한 감 비누는 오래전부터 사용됐는데, 이론적으로는 타당한 작용기전이 있다. 다만 대규모 임상시험 등이 부족해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가지 추출물이 2-노네날을 제거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고 보고됐으나 아직 인간 대상 임상 데이터가 부족한 편이다. 양송이버섯 추출물이 체취 완화에 도움을 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또한 연구 규모가 작고 대규모 임상 시험이 필요해 아직 해법으로 논할 단계는 아니다.

노화 체취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된다면 상업적 가치가 매우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까지 확실한 해결책은 없다.

흥미로운 점은 노화 체취에 대한 인식이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사람의 체취만 맡게 했을 때 노년층의 체취가 특별히 더 불쾌하게 평가되지 않았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반면 ‘노년층의 체취’라는 정보가 함께 주어지면 부정적 평가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냄새 자체보다 ‘노화’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가 평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리가 싫어하는 것은 냄새 자체가 아니라 ‘노화’라는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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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전문가들은 노화 체취를 부끄러워하거나 비난할 일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이는 위생 문제의 신호가 아니라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생화학적 변화이기 때문이다. 노화와 관련된 변화는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신경이 쓰인다면 노화 체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 관리가 권장된다.

△규칙적인 샤워 △의류와 침구류 자주 세탁 △비타민 C·E와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식품 섭취 △충분한 수분 섭취 △충분한 수면과 적절한 운동 등이다.

노화 체취는 위생 문제가 아니라 피부 노화 과정에서 생성되는 화학물질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체취 변화다. 전문가들은 체취를 지나치게 낙인찍기보다 건강한 생활 습관과 피부 관리로 충분히 완화할 수 있는 현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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