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면서 전 세계에서 기후 대응을 가장 중시해온 유럽마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보 공시에 속도 조절을 하는 모습이다. 규제로 인해 미국 기업과의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26일 ESG 공시 제도인 ‘지속가능성정보공시지침(CSRD)’을 대폭 완화한 ‘옴니버스 지침’을 관보에 공식 게재했다. 주요 내용은 임직원 1000명 이하 기업의 공시를 면제하고 비상장 EU 대기업의 공시 시점도 2026년에서 2028년으로 2년 유예하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이 조치로 CSRD 적용 대상 기업의 약 80%가 제외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유럽 각국의 규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7월 스위스 정부는 EU 집행부의 CSRD 개정을 이유로 자체 기업 기후 공시 조례 개정 작업을 중단하고 기업에 탄소 중립 이행 계획 제출을 요구하는 새 규정 도입도 연기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싱가포르가 2027년 예정이던 ESG 공시 외부 검증 의무화를 2029년으로 미뤘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이후 미국이 ESG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는 추세와 연관이 있다. 지난해 3월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 공시 규정에 대해 “비용이 크고 불필요한 침해가 크다”며 법원에서의 규정 방어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공식 폐기 절차를 건너뛰고 법을 사실상 사문화한 것이다. SEC의 규제가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던 캘리포니아주의 ‘기후 관련 금융위험 공시법(SB 261)’도 기업들의 반발로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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