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전쟁에 집착하는 미국, 과학에 매달리는 중국…'결정적 10년'이 운명 가를까

댓글0

[김현주 원광대 한중정치외교연구소 소장]
중국은 2035년 중국 과학강국 확립이라는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그에 따라 21세기 첨단 과학인 양자과학기술, 생명과학, 물질과학, 우주과학 등 방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늘과 심해, 원전과 반도체까지…중국 과학기술의 '전면 확장'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과학기술 성과는 단일 분야의 진전이 아니라, 전 영역을 가로지르는 동시적 확장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6G 시험 위성, 베이더우 위성항법의 글로벌 서비스, 국산 대형 여객기 상업 운항, 고속철 국제 표준화, 4세대 원전 상업 가동까지. 각각은 사건이지만, 함께 보면 하나의 전략적 그림을 엿볼 수 있다. 중국은 지금 '기술 주권'을 축으로 산업·안보·에너지·우주를 동시에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디지털 영토의 확장이다. 세계 최초의 6G 시험 위성 발사는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다. 6G는 이론상 5G 대비 10배 이상 속도와 초저지연·초연결을 지향한다. 이는 통신 인프라 경쟁을 넘어 디지털 규칙 설정 경쟁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베이더우 위성항법 시스템은 전 세계 정밀 위치·항법·시각(PNT) 서비스를 제공하며 물류·해양·스마트시티·자율주행 등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떠받친다. 디지털 인프라의 독자적 구축은 곧 '디지털 영토'의 확장과 다름없다.

둘째, 우주에서 심해까지 과학의 수직적 확장이다. 우주정거장 핵심 모듈 '톈허'의 안정적 운용, '톈원' 화성 탐사, '창어' 달 탐사는 중국 우주 역량의 상징적 장면이다. 그러나 더 의미 있는 대목은 탐사의 수직적 확장이다. 심해 잠수정 '펀더우저'는 수심 1만 미터급에 도달했고, '지커 1호'는 지구 심부 시추를 통해 자원과 지질 연구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늘과 땅, 바다를 관통하는 이러한 탐사 역량은 기초과학과 전략 자원 확보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셋째, 에너지 전환의 전략 카드인 4세대 원전이다. 세계 최초의 4세대 원전 상업 가동은 중국이 에너지 전환을 기술 주도로 설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온가스로형(HTGR) 원전은 수동 안전성 강화와 고온 열공급이 특징으로, 전력 생산을 넘어 수소 생산·산업용 열원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이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계산된 선택이다. 에너지 구조 전환이 기술 경쟁과 직결되는 시대, 지금 원전은 다시 전략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넷째, 산업 자립이다. 국산 대형 여객기 C919의 상업 운항은 항공 산업 자립의 신호탄이다. 고속철은 이미 해외 프로젝트와 표준 협력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신에너지 자동차는 배터리·전력반도체·전동화 플랫폼을 축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단순 수출 경쟁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 구조 재편을 위한 주도권 경쟁이다.

다섯째, 체제 개편을 통해 전략 역량의 집중이다. 이 모든 움직임 뒤에는 체제 개편이 있다. 과학기술 관리 구조를 재편하고, 국가 전략 과기 역량을 신속히 배치하며, 기초연구 투자와 핵심기술 자립을 병행한다. 반도체·첨단 소재·AI·양자 등 전략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고, 인재 유치와 양성 정책을 강화한다.

결국 중국의 최근 성과는 개별 기술의 성공이라기보다 국가 전략의 통합 실행력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지금 중국이 보여주는 장면은 단순한 기술 추격이 아니다. 하늘, 땅, 바다를 관통하는 과학기술의 확장, 디지털 인프라의 독자적 구축, 에너지 전환의 선점, 산업 자립의 가속 등은 모두 하나의 메시지를 전한다. 과학기술은 더 이상 산업의 한 분야가 아니라, 국가 체제 전체를 재구성하는 중심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구성은 이미 시작되었다.

전문가들은 6G·AI·양자·첨단소재·차세대 원전 등에서의 기술적 축적이 향후 5~10년 내 산업 경쟁력과 공급망 재편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다만 글로벌 표준 경쟁, 기술·무역 규제, 인재·기초연구의 질적 도약이 지속적 성장의 관건이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중국의 베이더우 위성. ⓒ중국 CCTV 유튜브 갈무리



전략·산업·인재를 한 축으로 묶다: 중국 과학기술정책의 설계도

최근 중국의 과학기술정책은 단순한 연구개발(R&D) 확대를 넘어, 국가 운영의 구조를 혁신 중심으로 재편하는 장기 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핵심은 다섯 개의 축 즉, ①신형 거국체제의 고도화, ②과학기술–산업의 심층 융합, ③체제·기제 개혁, ④교육·과학기술·인재의 일체화, ⑤개방 속 자립을 유기적으로 묶는 '전략적 통합'에 있다.

중국은 '선택과 집중'의 조직화를 통해 신형 거국체제를 고도화하고 있다. 중국은 당 중앙의 전략 기획을 축으로 국가 실험실 체계와 중대 과학 프로젝트를 조직화하고 있다. 반도체, 공작기계, 기초 소프트웨어, 첨단 소재, 핵심 종자 등 병목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고, 경쟁적 지원과 안정적 지원을 병행해 기초연구의 조직화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분권적 네트워크 중심의 서구 국가혁신체제(NIS)와 달리, 전략 목표를 중심으로 수직·수평 조정을 결합한 모델이다. 목표는 분명하다. 공급망의 자주성 확보와 기술 주권의 공고화다.

중국은 '신질 생산력'의 제도화를 통해 과학기술과 산업의 융합을 꾀하고 있다. 융합의 기초는 고품질 기술 공급, 핵심은 기업의 혁신 주체성, 경로는 성과의 산업화·금융화다. 선도 기업이 국가 프로젝트에 참여·주도하고, 산학연이 산업 수요를 기준으로 공동 기획, 공동 연구, 공동 양성을 추진한다. 동시에 '하드 테크'에 장기 자본을 유도하는 과학기술 금융을 강화한다. 이는 혁신–산업–금융의 순환 구조를 정책 차원에서 제도화하려는 시도다.

중국은 평가·재정·거버넌스의 재설계를 통해 체제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중앙과 지방의 협력을 강화하고 혁신 플랫폼을 통합 조정하며, 연구비 배분과 사용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사위(四唯: 논문·학력·직함·상 수상 중심 평가)'의 타파와 분류 평가 체계 구축은 연구자 부담 경감과 창의성 제고를 겨냥하기 위한 것이다. 포상, 성과 귀속, 소득 배분에서의 문제점을 개선해 우수 인재의 합당한 보상을 강조하는 점도 특징이다.

중국은 새로운 교육–인재 전략을 통해 청년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인재는 혁신의 출발점이다. 전략 과학자와 혁신 팀, 탁월한 엔지니어·고숙련 인력, 청년 인재 육성을 병행하고자 한다. 대학 학과 구조를 기술 수요에 맞춰 조정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 제도 체계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인재를 '정책 변수'가 아니라 '체제 변수'로 설정하는 접근이다.

중국은 협력과 통제의 병행을 통한 개방 속 자립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은 국제 환경의 복잡성 속에서도 글로벌 혁신 네트워크 참여와 대형 국제 과학 프로젝트 주도를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핵심 기술과 공급망의 안전·통제 가능성을 강화하고 있다. 개방과 안보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이중 전략'이 작동하는 셈이다.

이 전략은 전략 집중형 통합 혁신체제로 요약된다. 강점은 목표의 일관성, 자원의 동원력, 산업화 속도다. 반면 과제도 분명하다. 행정 집중이 창의성을 제약하지 않도록 기초연구의 자율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하며, 글로벌 기술 분절화 속에서 협력의 공간을 유지해야 한다. 평가 개혁이 현장에 안착하는지도 관건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중국의 과학기술정책이 단기 성과를 넘어 국가 발전 모델의 재구성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기술 주권과 산업 경쟁력, 인재 체계를 한 축으로 묶는 이 설계도가 향후 5~10년 글로벌 기술 질서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정적 10년'의 그림자와 기회: 한국은 어떻게 읽어야 하나

중국이 2035년 과학기술 강국을 목표로 제시한 로드맵은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다. 기술 주권을 축으로 산업·인재·제도를 한 번에 재설계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다. '신형 거국체제'로 전략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고, 기업을 혁신의 전면에 세우며, 기초연구와 인재 양성을 장기전으로 조직한다. 개방을 말하면서도 핵심기술과 공급망은 통제한다. 이 복합 전략은 한국에 위협이자 기회다.

먼저 냉정하게 보자. 반도체·AI·배터리에서 중국의 추격은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시장과 데이터, 실증 속도는 중국의 강점이다. 한국이 같은 방식으로 맞붙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답은 '전면 경쟁'이 아니라 초격차 구간의 선별 집중이다.

둘째, 산업–기술 융합의 방식이다. 중국은 선도 기업을 국가 프로젝트의 '문제 출제자이자 채점자'로 세운다. 한국은 이미 대기업 중심 구조를 갖고 있지만, 산학연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공동으로 평가하며 공동으로 지식재산을 축적하는 체계는 아직 약하다. 실증 특구를 상시화하고, 공공조달을 혁신 제품의 첫 시장으로 만들며, 대형 연구 인프라를 기업에 개방해야 한다.

셋째, 인재다. 혁신은 결국 사람의 문제다. 중국은 전략 과학자와 혁신팀, 고숙련 인력을 동시에 키운다. 한국도 박사 배출은 많지만, 청년 연구자의 자율성과 중장기 안정성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인재를 '프로그램'이 아니라 체제 설계의 중심 변수로 다루지 않으면 격차는 벌어진다.

넷째, 제도다. 연구비 자율성을 넓히고 평가를 개편하자는 말은 오래됐다. 이제는 정책–예산–평가의 정합성을 맞출 때다. 기초연구는 경쟁과 안정 지원을 병행하고, 국가 전략 과제는 부처 간 통합 기획을 상시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외교와 통상이다. 미·중 기술 블록화의 최전선에 선 한국은 선택을 강요받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해법은 단선적 선택이 아니라 리스크 분산과 다층 외교다. 동맹 기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되, 중국 시장과의 접점을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중국의 전략은 규모와 동원력에서 압도적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민첩성, 기술 밀도, 촘촘한 동맹 네트워크라는 자산이 있다. 중요한 것은 단기 대응이 아니라 구조적 대비다. 초격차 영역을 명확히 하고, 인재와 제도를 정합적으로 재설계하며, 외교 리스크를 관리하는 10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중국의 '결정적 10년'은 한국에게도 결단의 시간이다. 기술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는 길은 단순한 순응이 아니라 적극적 설계에 있다.

[김현주 원광대 한중정치외교연구소 소장]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지금 봐야할 뉴스

  • 아주경제셀트리온·대웅제약·HLB그룹·휴젤
  • 세계일보“촉법소년 논의 속 아동·청소년 법률조력 공백부터 해결해야…법률조력 로드맵 제안”
  • 이데일리비피엠지, 글로벌 요리 시뮬레이션 게임 ‘쿠킹 어드벤처’ IP 확보
  • 머니투데이만만했던 너마저...돼지고기 뒷다리살 가격 쑥, 수상한 움직임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