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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논의 속 아동·청소년 법률조력 공백부터 해결해야…법률조력 로드맵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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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인권옹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토론회’ 개회
입법·사법·행정 모여 통합적 대안 논의
“촉법소년 연령 하향 전 적절한 조력 절차 필요”
“민사·가사·행정 영역 법 조력 無…권익 옹호 필요성”
“법은 아동이 소송의 당사자가 되는 가사 재판에서조차 13세가 넘지 않으면 의견을 듣지 않는다. 부모의 이혼 후 누구와 살지, 친권자가 누가 될지는 아동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데, 제3자가 진정에 참여할 뿐 아니라 본인의 의사를 파악하는 제도나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아동·청소년 인권옹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가한 이상희 법원행정처 법원서기관이 현행 법률 체계가 미성년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현행 가사소송법 제45조의9는 가정법원이 입양 허가 심판을 할 때 의견을 들어야 하는 주체에 ‘양자가 될 사람’을 포함하고 있지만, 13세 이상인 경우로 제한한다. 법은 그동안 가정을 사생활로 여겼고, 아동은 부모에 종속된 존재로 봤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 인권 실태가 법률 조력에서도 여실 없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왼쪽부터),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이 ‘아동·청소년 인권옹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 소진영 기자


공익법단체 두루와 국회의원 김남희·박은정·백선희·최기상·최보윤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 날 토론회에는 법원행정처와 법무부 등 사법부와 보건복지부와 성평등가족부·교육부 등 행정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현실에서 법률적 조력을 도울 수 있는 대한변호사협회와 복지 현장에서 당사자들과 생활해 온 사회복지계 관계자들도 참여했다.

◆“변호사 3만8000명 중 아동·청소년 전업은 10명뿐”

조소연 사회복지연구소 마실 대표는 “우리나라 전체 변호사 약 3만8000여명 중에서 공익 인권 활동 변호사는 약 150명(0.5%)이고, 이 중 아동·청소년 분야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는 10여명뿐”이라며 “있더라도 기관 운영에 자문하는 수준에 머문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 인권옹호 활동을 하는 변호사 교수, 활동가 등 실무자 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설문 ‘델파이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아동에게 법적 조력을 하는 것을 시혜적 서비스가 아니라,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이 제도를 국가 시스템으로 편입하기 위한 로드맵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조 대표는 “법률 조력은 상담 단계에서 권리 침해를 발견하고, 복지나 행정 서비스와 연결해 사법 절차를 지원하고 사후 권리 회복까지 돕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인에게 법률 지원을 받는 건 기본권”이라며 “아동은 어른들이 돕지 않으면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공적 책무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도 토론회에서 언급됐다. 조 대표는 “법률조력 뿐 아니라 범죄 예방적 차원도 마찬가지”라며 “(촉법소년 논의는) 단순히 처벌하는 나이를 하향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사후관리적 측면을 어떻게 강화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라미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역시 “촉법소년 연령 조정 정책은 13살 아동이 범죄를 저지를 때 성인과 똑같이 법정에 세워 동일하게 처벌하겠다는 것”이라며 “아동이 변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를 버리는 것일 뿐 아니라 소년 재판에서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이 어떻게 법적 조력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건강한 구성원이 되려면 사회로부터 존중받는 경험이 필요한데, 충분한 법적 조력을 받지 못하고 형사 처분을 받을 때 결과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에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라고도 말했다.

임성택 두루 이사장은 “대한민국 헌법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고 유엔아동권리협약도 아동이 법률적 지원을 받을 권리를 분명히 한다”며 “소년사건에서 사건 발생 초기 단계에서부터 국선변호인이 선임되어야 하며 보조인에는 아동 전문가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변호사를 두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두루는 2022년부터 삼성생명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을 받아 폭력, 방임 등의 피해 아동·청소년의 변호를 맡고 권리옹호 활동을 벌이는 ‘온 마을 Law(로·법)’를 진행했다. 지난해 4월까지 약 3년 동안 변호사 총 64명이 아동·청소년 814명을 지원했다.

세계일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아동·청소년 인권옹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소진영 기자


◆법률 조력자 환경 개선도 시급 과제

이상희 법원행정처 서기관은 소년범을 위해 선임된 국선보조인과 아동학대 피해 아동을 위한 국선변호인의 보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서기관은 “지난해 피해 아동 보호 변론을 위한 국선보조인 예산은 1000만원 배정돼 있었다”며 “국선보조인 보수는 2015년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감액된 이후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형사 사건을 맡는 국선변호인의 기본 보수가 55만원인 것을 고려해 예산을 요청하고 있다고도 했다. 서울가정법원의 지난해 국선보조인은 55명이었다. 차경자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은 “해바라기센터 등에서 아동의 진술을 돕는 진술조력인은 181명이고, 상근 진술조력인은 15명”이라며 “상근 진술조력인 증원을 추진 중으로 규모 확대 시 법률 전문가와 아동 사이 소통이 면밀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평등가족부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를 중심으로 무료 법률 지원이 이뤄지고 있었다. 김성철 성평등가족부 청소년정책과장은 “청소년을 포함해 형사뿐 아니라 민사·가사 분야의 법률 지원을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학교 밖 청소년이나 보호자가 없는 청소년 등 위기 청소년 지원 사업도 부처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성 관련 사건에만 한정해서 피해 아동 지원 센터 17곳에서 변호사가 수사기관에 동행하고 법률 정보를 제공하는데, 서울시에만 상근 변호사가 있다”며 “법제화 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일반법이 필요할지, 아동학대나 성착취를 개별법으로 하는 게 좋을지 함께 논의하고 싶다”고 했다. 김정연 보건복지부 아동정책과장은 “공공후견 제도화, 아동의 법적 지위 개선,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3선택의정서 비준 등을 추진·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현정 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장은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이 규정하는 ‘학생 인권’에는 교육환경 속에서 아동·청소년의 권리 보장을 위해 이뤄지는 법적·행정적 지원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교육 현장의 사안을 법적 절차 중심으로 해결하는 방식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사안이나 교육활동 침해 사안처럼 법적 절차 중심의 운영이 예방적 접근이나 인권 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영식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는 “현실적으로 모든 법률 전문가가 아동 전문가가 될 수 없다”며 “아동복지법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아동 안전, 건강 및 복지 증진’을 위한 책무를 규정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법적 도움을 제공할 의무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동을 단순한 교육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의견을 밝히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는 독립된 주체로 보는 인식과 문화가 필요하다. 변협에서도 관련 제도 개선 등을 논의해가겠다”고 밝혔다.

소진영 기자 s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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