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연안에 유조선들이 대기하고 있다. |
중동 전쟁이 격화되면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전장으로 변하고 있다. 이란이 민간 선박까지 겨냥한 연쇄 공격을 감행하는 가운데, 미국이 해상 호위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해운업계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 해역에서 태국·일본 등 4개국 선박이 잇따라 공격을 받았다. 오만 북쪽 해상에서는 태국 선적 벌크선 ‘마유리 나리’호가 이란 혁명수비대 공격을 받아 선체가 손상됐다. 선원 23명 가운데 20명은 구조됐지만 3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같은 날 일본 선적 컨테이너선 ‘원 마제스티’호도 미상의 발사체 공격으로 선체 일부가 손상됐다. 이스라엘 기업이 소유한 라이베리아 선적 화물선 ‘엑스프레스룸’호 역시 공격을 받아 운항이 중단됐으며, 마셜제도 국적 벌크선 ‘스타 귀네스’호도 두바이 인근 해상에서 피격됐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중 2척에 대한 공격 사실을 인정하며 “경고를 무시하고 운항한 선박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나 이스라엘, 그 우방국으로 향하는 모든 선박은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동시에 해협 봉쇄를 위한 기뢰 부설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이란이 자체 생산하거나 중국·러시아에서 확보한 기뢰를 5000개 이상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폭이 가장 좁은 곳이 33㎞에 불과한 호르무즈 해협 특성상 기뢰는 가장 위협적인 봉쇄 수단으로 평가된다.
이에 미국은 즉각 군사 대응에 나섰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란이 기뢰 설치에 투입한 선박을 타격해 기뢰 부설함 16척을 격침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도 이란 전역에 공습을 확대하며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원거리 타격을 감행했다.
이란 역시 장거리 탄도미사일 ‘호람샤흐르’를 포함한 대규모 미사일 공격으로 이스라엘 본토와 중동 내 미군 기지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전쟁 발발 이후 가장 강력한 작전을 시작했다”며 “적이 완전히 항복할 때까지 공격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이 12일째 이어지면서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이란 측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민간인 1300명이 사망했고 약 1만 곳의 민간 시설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테헤란 시민들은 “개전 이후 가장 격렬한 밤이었다”며 도시 곳곳에서 대규모 폭발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세계 에너지 시장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흔들리면서 국제 유가도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란은 전쟁이 확산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에너지 압박 전략’을 노골화하고 있다.
하지만 해운업계가 요구해온 미 해군의 상선 호위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이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을 호위했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곧 삭제했고, 백악관도 “현재 선박 호위 작전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공식 부인했다.
로이터통신은 해운사들이 전쟁 초기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 보호를 요청하고 있지만 미 해군은 “이란의 공격 위험이 너무 높다”며 아직 군사 호위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충돌이 이어지면서, 해상 교통과 에너지 시장을 둘러싼 긴장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투데이/노희주 기자 (noit@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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