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 코르파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과 화물선들이 줄지어 항해하고 있다./AP 연합뉴스 |
미국·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르는 이란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일부 유조선이 이란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중국 관련 선박으로 위장하거나 선박 위치 표시 장치를 끄는 방식으로 해역을 통과하고 있다.
13일 AFP·AP통신에 따르면, 선박 추적 서비스 ‘마린 트래픽’ 분석 결과 걸프만에 정박 중이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일부가 자동식별시스템(AIS) 목적지란에 ‘중국인 선주’ ‘전원 중국인 선원’ ‘중국인 선원 탑승’ 등으로 문구를 변경했다.
AIS는 선박 정보, 위치, 목적지, 침로 등을 주변 선박과 해안 관제소에 송출하고 이를 통해 선박 간 충돌을 방지한다. AIS 정보는 수동으로 입력할 수 있는데, 일부 글로벌 유조선이 이를 활용해 이란의 최대 원유 구매국이자 반(反)서방 연대로 밀착해온 중국 관련 선적이라고 강조하며 해협을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파나마 국적의 화물선은 AIS에 목적지를 ‘중국인 선주’라고 변경하고 이틀 만에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했다. 무역 리스크 분석가 아나 수바식은 AFP에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표적이 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예방적 신호”라면서도 “이 신호가 실제 중국 관련 선박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마셜 제도 국적의 ‘아이언 메이든’호는 지난 4일 오만 인근 해역에 도달할 때까지 신호를 ‘중국 선주’로 바꿨다가 이후 원래대로 되돌렸다. 라이베리아 선적 ‘시노 오션’호도 해협을 통과하는 동안 AIS 정보란에 중국 연관성을 표시했다가 이 해협을 벗어나자마자 삭제했다. 지난 한 주 동안 약 30척의 선박이 이런 방식으로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발발 당일에는 무슬림이라고 입력한 선박도 있었다. 지난달 28일 연료 탱크선 ‘보가지치’호는 ‘AIS에 무슬림 선박 튀르키예’라고 입력하고 해협을 통과했다.
위치 추적이 되는 AIS를 아예 끄고 유령 항해를 하는 선박도 있다. 또 다른 라이베리아 선적 ‘선롱’호는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를 선적하고 인도로 출항했다. 이 선박은 지난 9일 호르무즈 해협 내에서 위치 신호가 끊겼다가 지난 11일 인도 뭄바이 항에 도착했다. 힌두스탄 타임스는 “위험 구간에서 발각되지 않기 위해 AIS를 껐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AP통신은 “과거 홍해에서도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의 공격이 있었을 당시 일부 선박들은 중국과 연관이 있다고 선언하며 유사한 방식을 취한 바 있다”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결사 항전 의지를 밝힌 이란은 일부 국가 선박의 해협 통과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마지드 타흐트-라반치 이란 외무차관은 이날 “일부 국가가 이미 해협 통과와 관련해 우리와 논의했으며, 우리는 그들과 협력해 왔다”고 말했다. 우호국과 비(非)침략국에만 선별적으로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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