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기 앞에 주가 그래프와 오일 펌프잭 모형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
국제유가는 12일(현지시간)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첫 메시지로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초강경 대응과 글로벌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의지를 역설하자 9%대의 급등세를 나타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8.48달러(9.72%) 뛴 배럴당 95.73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는 8.48달러(9.22%) 상승한 배럴당 100.46달러로 종료했다. 브렌트유 종가가 100달러를 돌파한 것은 2022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사망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란의 3대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선출 사흘만인 이날 처음으로 대내외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는 지렛대는 반드시 계속 사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적이 경험하지 못했고 취약한 ‘제2의 전선’을 형성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끝났다”며 전선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미 해군이 아직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호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라이트 장관은 또 현재 중동 지역의 미군 자산은 이란의 공격 능력을 제거하는 데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발언은 페르시아만에서 상업용 선박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밤사이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UAE) 해안 인근에서 유조선 두 척과 화물선 한 척이 공격을 받았다. 이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발생한 최신 공격 사례다.
특히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일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을 완화하기 위해 전략비축유 4억 배럴을 시장에 신속히 풀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음에도 국제유가가 아랑곳하지 않아 주목된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발생한 공급 공백을 메우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는 시장의 회의론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ING의 전략가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우리가 여러 차례 말했듯이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려면 결국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재개되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시장의 고점은 아직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MST마키의 사울 카보닉 에너지 분석가는 “이번 IEA의 사상 최대 방출도 해협 폐쇄로 발생한 공급 부족의 최대 4분의 1 정도만 메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 불안을 키우는 또 다른 이유는 비축유가 실제 시장에 언제 도달할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IEA는 각국이 얼마나 빠르게 비축유를 방출할지, 그리고 어떻게 시장에 공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전략 비축유는 IEA 회원국들이 각자 별도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물류적 제약이 원유 공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레이먼드제임스의 파벨 몰차노프 선임 투자 전략가는 “실제 시장에 의미 있는 물량이 도달하기까지 60~90일이 걸릴 수 있으며, 이는 시장이 기대했던 즉각적인 공급 완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4억 배럴은 큰 숫자하지만 이번 사태는 최소한 197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원유 공급 충격”이라면서 “우리는 많은 원유가 필요하고, 그것도 신속하게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투데이/이진영 기자 ( mint@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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