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일본 금융 전문지 ‘더 골드’ 온라인판은 약 1억 5000만 엔(약 14억원)의 금융 자산을 보유한 A씨(45)의 사연을 소개했다. 매체는 ‘어른은 일하는 존재’라는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가치관이 조기 은퇴 후 삶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사진=프리픽(Freepik) |
이에 따르면 도쿄에 거주하는 A씨는 아내와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채 10년 넘게 투자에 매달렸다. 그 결과 주식과 투자신탁 등으로 자산을 불릴 수 있었고, 40대 중반에 금융자산으로 약 1억5000만 엔을 모았다.
A씨는 모아둔 자산과 운용 수익만으로도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직장을 그만두고 이른바 ‘파이어족(FIRE·경제적 자립, 조기 은퇴)’ 생활에 들어갔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립을 이뤄 조기 은퇴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말이다.
A씨는 “원래부터 회사원으로 사는 삶이 싫었다. 사람들로 꽉 찬 만원 지하철, 아침부터 밤까지 회사에 얽매이는 생활이 늘 싫었고, 그래서 더 투자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씨의 아내는 간호사로 계속 일하는 상황이기에 A씨가 집안일과 육아를 맡으며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정말 해방감을 느꼈다”며 “평일 낮에 산책도 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자유란 이런 거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A씨가 평일 낮에 티셔츠 차림으로 장을 보러 나설 때마다 이웃들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A씨를 바라보는 일이 많았다. A씨의 자녀가 “왜 회사에 가지 않는 거냐”고 물으면 A씨는 “자영업을 하고 있다”고 둘러댔다고 한다.
주변 시선이 신경 쓰였던 A씨는 아내에게 집 근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했지만 아내는 “근처에 사는 학부모와 마주칠 수 있으니 더 멀리 나가라”며 제지했다고 한다.
A씨는 “파이어족은 일본인 정서에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혼자라면 주변 시선이 상관없겠지만, 가족이 있는 경우엔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하지 않는 가장’으로 산다는 것은 가족들에게도 설명하기 어려운 부채감을 주는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A씨는 은퇴를 선언한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회사원이라는 직함은 타인의 불필요한 관심을 차단해 주는 가장 편리한 신분이었다”며 “다만 자산이 있는 만큼 이전처럼 생계에 매몰되지 않고 삶의 여유를 지킬 수 있는 직장을 찾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일본에서는 아직도 ‘성인이라면 회사에 가야 한다’는 가치관이 뿌리 깊게 남아있다”며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한, 먹고살기 충분한 자산이 있어도 사회적 역할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