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제공 |
내기 스크린골프 게임을 하면서 향정신성의약품을 탄 음료를 몰래 먹이거나 화면 방향을 원격으로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승부를 조작해 수천만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사기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9명을 검거하고 이 중 범행을 주도한 2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공범 7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수도권 일대 스크린골프장에서 피해자들과 내기 게임을 하며 10차례에 걸쳐 총 7400여만 원의 판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은 골프 동호인 모임이나 단골 골프장 등에서 재력이 있어 보이는 피해자를 물색한 뒤 같은 취미를 매개로 접근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판돈을 거는 내기 게임으로 발전시킨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영상=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제공 |
범행은 치밀하게 역할을 나눠 진행됐다. 일부 피의자는 불면증 등을 이유로 처방받은 향정신성의약품 로라제팜을 범행에 사용했다. 이들은 게임이 시작되면 공범 3~4명이 함께 피해자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자리를 비우게 만든 뒤 음료에 약물을 타거나 미리 약물을 탄 음료가 들어있는 컵으로 바꿔치기했다.
로라제팜은 벤조디아제핀계 약물로, 피해자의 집중력과 판단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성분이다.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김소영이 피해 남성들에게 건넨 약물과 같은 성분이기도 하다.
이들은 또 컴퓨터에 USB 형태의 수신기를 미리 연결해 둔 뒤 피해자가 타격을 위해 고개를 뒤로 돌리는 순간을 이용해 리모컨으로 스크린 방향을 조작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화면이 움직인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샷을 하게 됐다.
영상=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제공 |
경찰은 이들이 내기 도박 특성상 피해자가 ‘본전 찾기’ 심리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노리고 승부를 반복적으로 조작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구속된 주범 2명은 과거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게임 도중 무기력함 등 신체 이상 반응을 느끼거나 평소보다 저조한 결과가 반복되자 승부 조작을 의심한 피해자의 제보를 받고 지난해 5월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피해자가 촬영한 현장 영상과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 등을 토대로 일부 피의자의 자백을 받아내 혐의를 입증했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와 여죄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범행의 도구로 사용해 피해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했다는 점에서 중대성과 위험성이 심각한 수법”이라며 “친목 도모를 빙자한 과도한 내기 스포츠는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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