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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에도 관세 챙기는 美...韓에 301조 ‘4개의 칼날’ 온다[이태규의 워싱턴 플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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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특파원의 워싱턴 플레이북
제조업 과잉생산·디지털규제·의약품
쌀 시장 개방+강제노동까지 가능
“韓도 석화 과잉생산 축소 필요 인정”
유가 급등 속 美 통상압박 불확실성 우려
서울경제

유가 급등으로 경제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에 제조업 과잉 생산을 이유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관세가 부과될 수 있는 조치다. 특히 미국은 그동안 한국에 문제제기를 해온 디지털 규제, 의약품 가격 책정, 쌀 시장 개방 등의 분야에서도 조사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전쟁 불확실성에 이른바 301조 ‘4개의 칼날(제조업 과잉생산·디지털 서비스·의약품·쌀)’에까지 직면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리어 “더 이상 과잉생산 피해보지 않을 것”
서울경제

USTR은 11일(현지 시간) 연방관보를 통해 “제조업의 구조적 과잉 생산과 관련해 무역법 301조에 따라 각국의 행동, 정책, 관행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싱가포르, 스위스, 노르웨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대만, 방글라데시, 멕시코, 인도 등 16개 국이다.

미국은 이들 나라들이 수요보다 많은 물건을 찍어내 제품 가격을 낮춰 결국 미국 내 관련 산업 공장을 고사시켰다고 보고 있다. 가령 철강을 과잉 생산해 글로벌 철강 가격이 낮아졌고, 이에 미국 철강업체들은 수지타산이 안 맞아 도산, 결국 전세계를 주름잡았던 미국 철강업계가 소멸됐다는 것은 미국 정부의 오랜 주장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과잉 생산 문제를 미국에 전가하는 다른나라들에 더 이상 산업 기반이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USTR은 한국과 관련, 지속적인 대규모 무역흑자를 과잉생산의 증거로 제시했다. USTR은 “한국은 전자 장비, 자동차 및 부품, 기계, 철강, 선박 등의 수출을 중심으로 글로벌 상품 무역에서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의 글로벌 상품 무역 수지는 2023년 100억달러 적자에서 2024년 520억달러 흑자로 크게 확대됐다”고 적었다. 또 “한국 정부는 석유화학 부문에서 생산 능력 축소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의한다지만...“세수 메우려 관세 부과 가능”
조사 개시로 바로 관세가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USTR은 관련 법령에 따라 각국 정부와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으며 17일부터 4월 14일까지 의견을 받아 5월 5일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리어 대표는 브리핑에서 “이후 필요한 경우 대응조치를 할 것”이라며 “관세, 서비스 수수료 등이 부과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또 “트럼프 1기 중국에 대한 301조 조사 사례를 되돌아보면 재무부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심사) 강화, 상무부의 수출 통제 강화, 지적재산권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제기 등이 있었다”고 짚었다.

다만 이번 조사가 지난달 20일 미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줄어든 관세 세수를 메우기 위한 것인 만큼 협의를 거치더라도 관세를 피하기가 힘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리어 대표는 “무역법 122조 관세가 만료되기 전에 조사를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밝혀 7월 말 전에 관세 부과 등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상호관세 무효 판결 직후인 지난달 24일 122조에 근거해 전세계에 10%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의 유효기간은 150일 이후인 7월 말이다.

쿠팡, 결국 발목잡나...의약품, 쌀도 조사대상
USTR은 다른 분야에 대한 301조 조사도 예고하고 있다. 그리어 대표는 “더 많은 301조 조사가 있을 것”이라며 “디지털 서비스세, 의약품 가격 책정, 수산물 및 쌀 시장 접근성, 해양 오염과 같은 환경 문제 등이 추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쿠팡에 차별적 대우를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고 있으며 그것 외에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입법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미국 빅테크에 불필요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에 대한 디지털서비스 관련 301조 조사가 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의약품 가격 책정도 대상이 될 수 있다. USTR은 지난해 3월 31일 발표한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미국 업계는 한국의 약가 결정 방식과 보험급여 정책에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며 “정책 변경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실질적으로 의견을 낼 기회가 부족하다”고 적시한 바 있다. 쌀과 관련해서도 미국은 한국이 쌀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었다.

中 강제노동 겨냥시 韓도 불똥...무역마찰 우려
강제노동과 관련한 301조 조사에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그리어 대표는 “12일 오후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 금지 조치 여부에 대한 두 번째 301조 조사를 개시할 것”이라며 “미국은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률을 약 100년간 유지해왔다. 우리는 다른 무역파트너도 유사한 접근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각국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대외적 법률을 시행했는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조사는 약 60개국을 대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이 포함될지 이목이 쏠린다. 포함 시 한국은 중국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 등을 취해야 중국과 무역 마찰에 직면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이태규 특파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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