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시작한 대이란 전쟁 공포로 무너졌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단 몇 분 만에 반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이 거의 끝나간다”고 말한 뒤 뉴욕 증시는 급반등했고 국제 유가는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 한마디가 시장을 움직였다는 평가와 함께 일각에서는 시장 조작 의혹까지 제기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인 두 명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나눈 대화가 화제를 모았다.
정치 전문 매체 ‘퍽뉴스(Puck News)’의 줄리아 아이오페 기자는 “트럼프가 전화해 애매하지만 희망적인 (조기 종전) 발언을 보도하게 해 시장 반등을 유도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CBS 백악관 출입기자이자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회장인 웨이지아 장 기자는 “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는 전쟁이 얼마나 빨리 끝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의 발단은 장 기자가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 전화 인터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대이란 군사 작전에 대해 “전쟁이 거의 끝나간다(The war is very complete, pretty much)”고 말해 조기 종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장 기자는 이날 오후 3시 16분 해당 발언을 엑스를 통해 긴급 타전했다.
당시 미국 금융시장은 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로 ‘피의 월요일’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었다. 뉴욕 증시는 개장 직후부터 급락세를 보였고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 돌파를 위협하며 치솟았다.
그러나 CBS 보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종전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다. 장중 한때 배럴당 119.48달러까지 치솟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보도 직후 급락해 80달러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장중 고점 대비 약 3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주식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날 장중 600포인트 넘게 하락하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뉴욕 증시 마감을 44분 앞두고 나온 CBS 보도 직후 반등하기 시작했다. 결국 다우지수는 전날 대비 239포인트(0.5%)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고 나스닥 지수도 1.38% 오르며 ‘V자 반등’을 기록했다.
아이오페 기자는 이런 급반전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 흐름을 뒤집기 위해 특정 기자에게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장 기자는 자신이 직접 취재한 결과라며 즉각 부인했다.
아이오페 기자가 이런 의혹을 제기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 국면에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시장 분위기를 뒤집은 사례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으로 뉴욕 증시가 흔들릴 때 트럼프 대통령은 CNBC 앵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은 협상을 원한다”고 말해 다우존스 지수와 S&P 500 지수를 상승세로 뒤집었다.
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공포로 증시가 폭락했을 당시에도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는 매우 강하다”는 메시지를 내며 다음날 증시 반등을 이끌었다.
지난해 4월에도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던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지금이 매수 적기(THIS IS A GREAT TIME TO BUY!!!)”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약 3시간 40분 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고, 이날 다우지수는 2962.86포인트(7.9%) 급등하며 사상급 상승폭을 기록했다. 당시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시장 조작’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CBS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쟁 마무리 수순’을 언급한 것이 의도된 신호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말 한마디가 세계 시장을 움직인다”는 월가의 속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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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AX콘텐츠랩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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