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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륨·비료·알루미늄까지…전쟁發 공급망 충격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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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뉴욕 서울=이병철 특파원 윤재준 기자】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두 주째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주요 산업의 핵심 부품 공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뿐 아니라 반도체의 핵심 재료로 쓰이는 헬륨과 브롬, 농업의 핵심인 비료 등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중동 주요국에서 생산될 뿐 아니라 현재 사실상 폐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전 세계로 운송된다.

헬륨·브롬까지…반도체 소재 공급망 흔들


10일(현지시간)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헬륨 공급에서 중동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카타르는 전 세계 헬륨 공급의 3분의 1 이상을 생산하는 최대 공급국 중 하나다.

헬륨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제거하는 데 사용되며 미세 회로를 새기는 리소그래피 공정에서도 필수적인 소재로 꼽힌다. 현재로서는 이를 대체할 현실적인 물질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전쟁으로 중동의 에너지 시설과 물류망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의 라스 라판 산업단지는 최근 이란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헬륨은 LNG 생산 과정에서 부산물 형태로 생산되기 때문에 LNG 시설 차질은 곧 헬륨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헬륨 생산이 최소 2~3개월 중단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4~6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경우 전 세계 헬륨 공급의 25% 이상이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또 다른 핵심 소재인 브롬 역시 중동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다. USGS에 따르면 전 세계 브롬 생산의 약 3분의 2는 이스라엘과 요르단에서 생산된다. 브롬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식각 공정 등에 사용되는 화학 소재로 반도체 산업 전반에 활용된다.

요소 가격 폭등…비료 공급망 비상


글로벌 비료 공급망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계 질소 비료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요소(urea) 가격이 급등했고 미국 농가와 글로벌 식량 시장에도 충격이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전쟁의 직접적인 충격은 비료 수급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질소 비료의 약 4분의 1이 지나가는 핵심 해상 운송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이 해협을 지나는 선박 운항은 거의 멈춰 섰고 비료 시장은 빠르게 경색됐다.

특히 질소 비료의 대표 품목인 요소 공급 불안이 두드러진다. 이란은 전 세계 요소 수출의 10~12%를 차지하는 주요 공급국이다. 여기에 전 세계 공급의 약 11%를 맡는 카타르도 라스 라판 시설이 공격받은 뒤 LNG 생산 차질에 들어갔다. 천연가스는 질소 비료 생산의 핵심 원료여서 LNG 공급 이상은 곧 비료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퍼시픽 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웨인 와인가든은 "비료 부족은 농업 생산성 저하와 식료품 가격 상승을 초래해 글로벌 식량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당장 이 공백을 메울 대체 공급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을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유럽은 생산이 부진하고 중국도 8월 전까지 수출 여력이 제한적이어서 글로벌 요소 공급 불안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가격은 즉각 반응했다. 미국 뉴올리언스 항구의 요소 바지선 가격은 공습 직전 톤당 475달러에서 이달 6일 683달러로 치솟았다. 불과 며칠 만에 40% 넘게 급등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공급 부족이 해소되기 전까지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 농업계에서는 이번 전쟁이 단순한 일회성 비용 상승이 아니라 기존의 관세 부담과 겹치며 충격을 키우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해외 조달 비료와 농자재 가격이 이미 올라 있는 상황에서 전쟁이 이를 한 단계 더 밀어올렸다는 것이다.

알루미늄·설탕까지…전쟁發 원자재 상승


알루미늄 가격도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9일 중동 지역의 선적 중단 여파로 이번 달에만 약 8% 급등했다. 전 세계 공급량의 8%를 차지하는 카타르와 바레인의 제련소가 가동을 멈추거나 선적이 중단되자 구매자들은 아시아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알루미늄 원료 수입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항공기, 전선, 캔 제조 등 산업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최대 사탕수수 생산국인 브라질에서는 유가 급등에 따라 사탕수수를 설탕 대신 차량용 연료인 '에탄올'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전쟁 시작 후 에탄올 가격이 10% 급등하면서 수익성을 쫓는 생산자들이 설탕 공급을 줄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곧 글로벌 설탕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로건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크리스 오키프 이사는 WSJ에 "투입 비용 상승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시장의 최대 화두가 됐다"며 "기업들이 마진 확보를 위해 비용을 전가하면서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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