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서 KB금융 부사장 "낮은 탄소가격으로 리스크 측정 불능"
김지현 신한 부부장 "모호한 가이드라인, 그린워싱 독박 우려"
내부탄소가격·전환·녹색금융 분류 명료화 필요성 제기
조영서 KB금융지주 부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주요 금융권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앰버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CDP Korea 컨퍼런스 2026’ 고위급 대담에 참석해 탄소 가격 현실화와 전환금융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정부가 기후금융 공급 계획과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현 기준으로는 집행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낮은 탄소가격 탓에 기업의 전환 유인이 떨어지는 데다 가이드라인마저 모호해 자칫 실무자가 법적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서울 중구 앰버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CDP Korea 컨퍼런스 2026’ 대담과 발제에 참석한 주요 금융지주 관계자들은 전환금융 실행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경제 구조상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전환금융은 필수적이나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당국은 790조 규모 기후금융 공급계획과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바 있다.
이날 고위급 대담에 나선 조영서 KB금융지주 부사장은 낮은 탄소 가격을 전환금융을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로 지적했다. 조 부사장은 "국내 탄소 배출권 가격이 낮아 사회적 비용이 낮게 책정된 상태"라며 "이로 인해 장기 전환금융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실제 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 정보 플랫폼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KAU25(2025년물) 가격은 9일 종가 기준 톤당 1만3950원으로 지난해 8월(8600원) 대비 59%가량 급등했다. 하지만 이는 유럽(톤당 약 10만원) 등 글로벌 시장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고탄소 기업의 체질 개선을 유도하기엔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다.
조 부사장은 탄소 가격이 낮게 유지될수록 기업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설비 교체를 위한 전환금융 대신 저렴한 배출권 구매를 선택하게 되며 이는 금융사가 기업의 전환을 지원할 ‘경제적 타당성’을 잃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조 부사장은 "전환금융이 작동하려면 탄소 비용이 기업 재무 상태에 실질 비용으로 인식되는 '내부 탄소 가격 제도'의 현실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비한 기후 데이터 역시 전환금융 활성화를 막는 요인이다. 당국은 기후금융 공급액의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투입할 계획이지만 현장에서는 ‘데이터 공백’으로 인해 지원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금융사가 차주 기업에 전환금융 적격성을 판단할 때 핵심 잣대로 활용하는 ‘전환계획(저탄소 이행 로드맵)’은 탄소 배출량 측정조차 어려운 중소기업 입장에선 사실상 마련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조 부사장은 기후 데이터가 전무하고 전문 인력도 부족한 중소기업 대신 대기업이나 일부 중견기업에만 전환금융이 쏠리는 ‘양극화’ 현상을 우려했다. 조 부사장은 “자체 전환계획의 목표 경로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없으면 금융사가 해당 기업을 믿고 장기 자금을 지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KB금융에서 자체 컨설팅 등을 통해 지원에 나서고는 있지만, 중소기업이 스스로 전환계획을 세우고 실행력까지 담보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현 신한금융지주 부부장이 10일 서울 중구 앰버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CDP Korea 컨퍼런스 2026’에서 금융기관 관점의 전환금융 실행 사례와 실무적 가이드라인 개선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오후 세션 발제에 나선 김지현 신한금융지주 부부장은 전환금융 분류 모호성이 현장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환금융 판단의 한 축인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녹색부문과 전환부문으로 구성되는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경제활동도 전환부문에 포함돼 있다. 이에 현장에서는 순수 녹색활동과 전환활동 사이의 경계를 둘러싼 해석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지난달 공개된 가이드라인은 차주가 녹색분류체계상 활동 기준만 충족하고 나머지 3대 기준(인정·배제·보호)에 미달하더라도 5년 이내에 이를 충족하겠다는 확인서와 계획만 있으면 지원을 허용한다. 과거 데이터가 아닌 실무자의 주관적 ‘미래 예측’에 수백억 원의 자금 집행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다.
김 부부장은 "사후에 기업이 탄소 감축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객관적 지표 없이 미래 가능성만 보고 승인해준 실무자가 모든 평판 리스크와 법적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불안감도 존재한다"며 "리스크를 가진 전환금융 상품 취급을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김 부부장은 “금융기관이 독박 책임 우려 없이 전환금융 자금을 집행하려면 정부가 산업별로 공인된 감축 경로를 제시해 실무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투데이/박민석 기자 ( min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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