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기름값 천장 씌우는 정부… ‘공급 절벽’ 우려하는 시장

댓글0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휘발유, 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 상한을 두는, 즉 최고 가격제 시행을 서두르는 가운데 전례 없는 제도 단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는 정부 정책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되면 결국 석유 제품 공급난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본다. 제도 취지와 달리 전국 제품 가격이 상한선을 따라 오르는 이른바 ‘키 맞추기’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선비즈

경기도 용인시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게소 강릉방향 주유소에서 화물차 기사들이 주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주 내 석유 제품에 대한 최고 가격제를 시행하기 위해 관련 고시 제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르면 13일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가 시행할 석유 제품 최고 가격제는 국제 휘발유, 경유 시세에 일정 마진을 더해 정유사의 제품 공급가에 상한선을 정하는 방식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에 따라 국민 경제 안정을 위해 최고 가격을 지정할 수 있다. 다만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단 한 번도 시행된 적은 없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소비자가격이 오르자 정부가 직접 개입해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전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정유사들이 국제 유가 인상을 하루 이틀 만에 국내 가격에 반영하면서 ‘오를 땐 빨리, 내릴 땐 천천히 움직인다’는 국민의 믿음이 더 강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30분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08.31원, 경유 가격은 1931.91원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전인 지난달 27일과 비교하면 각각 13%, 21% 뛰었다.

조선비즈

상표별 국내 석유제품 판매 가격 (단위: 원/리터)/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제공



정유업계는 석유 최고 가격 지정제 태스크포스(TF)에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정한 최고가격이 적정 시장가격보다 낮아 팔수록 손해인 상황에 처할 것을 크게 우려한다.

만약 손해가 나는 가격일 경우 정유사들은 국내 공급 물량을 줄이고, 수출 물량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석유 제품 중 과반이 수출된다. 일각에서는 최고가격이 지정될 경우 최고 가격 근처로 값을 올리는 주유소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최고 가격 지정제가 실제로 시장에서 부작용을 일으킨 예도 있다. 부작용의 경로는 다르지만 제도 시행 이후 공급난을 겪은 헝가리가 대표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자 헝가리 정부는 2021년 최고 가격제를 시행했다. 헝가리 기름값이 인근 국가보다 저렴해지자 외국 차량의 ‘기름 원정’이 발생했고, 전국적으로 기름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정부는 1년 후 제도를 폐지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구체적인 손실 보상 방안이 반드시 제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고 가격제 근거가 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에는 가격을 통제받은 사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 줄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고려해 손실 보전을 위해 필요한 재정 소요까지 시나리오별 계산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대책을 시행하기 전에 시장 가격부터 조정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다. 석유류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이 더 즉각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현재 기름값이 오르면서 정부가 걷는 세금은 오히려 느는 형국이다.

유류세는 휘발유와 경유 등에 붙는 세금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를 비롯해 주행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 국내 석유 제품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40% 이상이다.

과거 기름값이 급등할 때마다 정부는 유류세부터 인하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서자 당시 정부는 10개월간 유류세를 10% 인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2022년 정부는 유류세를 법정 최대한도인 37%까지 인하했다.

신현돈 인하대 교수는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겠다는 신호만으로도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락하는 기간에 국내 최고 가격은 어떻게 고시할 것인지, 정유사가 입을 손실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 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아 기자(inah@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조선비즈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한국금융신문경동나비엔, 초고화력·안전장치 '매직 인덕션' 강화
  • 연합뉴스텔레픽스, AI 큐브위성 영상 유럽 첫 수출
  • 뉴스핌BNK부산은행, 금감원과 '보이스피싱 및 전자금융사기 예방캠페인' 실시
  • 파이낸셜뉴스부산 스포원 체력인증센터, 8~9월 평일 아침 확대 운영
  • 전자신문정관장 '기다림', '진짜 침향' 캠페인 나선다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