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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의 경우의 수를 뚫었다... 韓, 호주 꺾고 WBC 8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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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점 차 이상 승리, 2실점 이하’의 기적
17년 만에 본선 진출
산산이 조각나는 듯했던 전세기 꿈이 끝내 다시 활주로를 박찼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마지막 한 경기에서 경우의 수를 현실로 바꾸며 극적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티켓을 17년 만에 손에 넣었다.

한국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호주전에서 7대2로 이겼다. 이날 승리만으로는 부족했던 경기였다. 한국은 정규이닝 기준 5점 차 이상으로 이기면서도 2실점 이하로 막아야 했다. 그 까다로운 조건을 가장 깔끔한 방식으로 채워냈다. 2013년, 2017년, 2023년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으로 끊겼던 한국 야구의 WBC 시계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류지현 감독이 경기 전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에게 기회를 준 경기이기도 하다”고 했는데 정말 그 기회를 살렸다. 2회초 선두타자 안현민(KT)이 좌측 펜스를 직격하는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무사 1루. 이번 대회 내내 타격감이 좋았던 문보경(LG)이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는 소속팀 동료이기도 한 호주 선발 라클란 웰스(LG). 문보경은 웰스의 2구째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겼고,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2점 홈런. 한국이 2-0으로 앞서나가는 순간, 도쿄돔 3루 쪽 한국 응원석은 물론 더그아웃까지 한꺼번에 환호했다.

조선일보

(도쿄=뉴스1) 구윤성 기자 =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조별리그 C조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3회초 대한민국 공격 무사 2루때 이정후가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6.3.9/뉴스1


한국 타선도 멈추지 않았다. 3회엔 선두 타자 자마이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2루타,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적시 2루타로 3-0. 이어 1사 2루 상황 문보경이 또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로 4-0을 만들었다.

5회엔 2사 후 안현민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문보경의 타석. 안현민이 2루로 도루를 성공했고, 문보경이 좌전 적시타를 또 한 번 때려내면서 5-0을 완성했다. 계산이 필요한 경기일수록 조급해질 수 있지만, 이날 한국은 오히려 차분했다. 무리하게 큰 것만 노리기보다 주자를 내보내고, 찬스를 만들고, 한 점씩 더해가는 흐름으로 점수 차를 벌려갔다.

5회 일격을 당했다. 호주 선두 타자 로비 그렌디닝이 소형준(KT)의 6구째 가운데로 몰린 공을 받아쳤고, 그대로 좌월 홈런으로 연결됐다. 5-1. 1점이 필요한 상황. 6회 2사 3루 상황 김도영(KIA)이 우전 적시타를 쳐내면서 6-1, 경우의 수를 다시 한번 완성했다.

8회말엔 김택연(두산)이 등판. 선두 타자 로비 퍼킨스를 볼넷으로 보냈다. 다음 타자는 호주의 베테랑 타자 팀 케넬리. 케넬리가 번트를 대자 1루 주자 퍼킨스가 넘어졌으나 그를 잡지 못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1사 2루 상황. 호주 최고 유망주 트래비스 바자나(클리블랜드 가디언스 트리플A팀)의 좌익수 앞 적시타로 6-2가 됐다. 한국은 조병헌(SSG)으로 투수를 교체했으나 커티스 미드(시카고 화이트삭스)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으나 삼진과 유격수 뜬공으로 마무리했다.

조선일보

한국은 지금 축제 (도쿄=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9회초 1사 3루 한국 안현민이 희생 플라이 아웃으로 3루 주자 박해민이 홈인하자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6.3.9 hwayoung7@yna.co.kr/2026-03-09 22:04:50/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9회초 점수가 무조건 필요한 상황. 이대로 9회말에 들어서면 한국은 더 이상 점수를 낼 수 없어 그대로 탈락 위기였다. 마침 상위 타선이라 1번 타자 김도영이 선두 타자로 들어서 볼넷을 만들었다. 무사 1루에 존스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1사 1루 상황. 상대 유격수가 송구 실책을 하며 행운의 1·3루가 됐다. 여기서 안현민이 중견수 뜬공으로 1점을 추가해 7-2를 만들어냈다.

운명의 9회말 한국은 반드시 실점을 막아야 하는 상황, 한국은 조병현이 계속해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 풀 카운트 끝에 삼진으로 잡았지만 다음 타자는 풀 카운트 끝에 볼넷으로 1사 1루가 됐다. 윙그로브의 뜬공을 우익수 이정후가 몸을 던져 잡아내면서 남은 건 단 하나의 아웃 카운트였다. 1루수 뜬공으로 막아내면서 승리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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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치는 조병현 (도쿄=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8회말 교체된 조병현이 추가 실점을 막으며 이닝을 마무리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2026.3.9 hwayoung7@yna.co.kr/2026-03-09 21:53:09/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한국이 더 반가웠던 건 마운드였다. 한국은 3점을 주면 탈락하는 경기에서 단 2실점만 했다. 그래서 아웃 카운트 하나하나가 점수만큼 컸다. 불펜은 더 짧고 더 강하게 움직였다. 1회를 잘 막아낸 손주영(LG)이 2회 마운드에 올랐다가 팔꿈치에 불편함을 느끼고 바로 노경은으로 교체됐다. 노경은(SSG)은 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이어받은 소형준도 4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마쳤다. 5회에 1실점 하긴 했으나, 6회초 박영현(KT)이 몸에 맞는 공을 내주고도 더블플레이로 잡아냈다.

7회말 등판한 데인 더닝(애틀란타 브레이브스 트리플A)이 선두타자 알렉스 홀(울산 웨일스)에게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내주고, 무사 1루 제라드 데일(KIA) 투수 앞 땅볼이 안타로 연결되면서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직전 타석 홈런을 친 그렌디닝이 유격수 앞 땅볼을 쳤고, 더블 플레이로 3루 주자만 두고 2사 3루 상황이 됐다. 지난 일본전에 홈런을 친 릭슨 윙그로브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위기 탈출. 이처럼 뒤를 이은 투수들은 상황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야수들도 작은 타구 하나에도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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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8강 진출한 대한민국 대표팀


결국 한국은 7대2로 경기를 끝냈다. 승리도 챙겼고 점수 차도 채웠고 실점도 최소화로 막았다. 그렇게 한국은 대만, 호주와 얽힌 최소 실점률 계산을 통과해 조 2위로 8강행을 확정했다.

한국은 2006년 WBC 초대 대회에서 4강, 2009년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국제 대회 야구 강국의 이미지를 쌓았다. 하지만 이후 2013년, 2017년, 2023년 대회에서 내리 1라운드 탈락의 쓴맛을 봤다. 특히 첫 경기 패배가 연쇄적으로 흐름을 망가뜨리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번 대회도 일본과 대만에 잇따라 패하며 또다시 같은 결말을 맞는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호주전에서 복잡한 계산을 뚫고 결과를 만든 건 그 오랜 답답함을 끊어낸 장면이었다.

이번 대표팀은 대회 전부터 “마이애미까지 전세기를 타고 가자”는 구호를 공유했고, 홈런이나 득점 때마다 양팔을 벌리는 ‘전세기 세리머니’로 8강행 의지를 다졌다. 더그아웃에서 함께 만들었던 그 날갯짓은 끝내 현실이 됐다.

[도쿄=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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