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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오일쇼크' 공포 현실로…세계 경제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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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지난주 36% 폭등
LNG 공급 20% 증발…카타르 재가동 당장 어려워
3월말 하루 900만배럴 감소 전망…세계 수요 10%
아시아 직격탄…트럼프, 대러 제재 완화 '딜레마'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지 1주일이 넘어가면서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악의 에너지 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 공급 충격”으로 규정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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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출이 중단되면서 이라크가 하루 약 15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을 감축한 가운데 지난 4일(현지시간) 이라크 바스라 루마일라 유전에서 가스 연소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유가 100달러 돌파…지난주에만 36% 급등

미국 원유 선물은 지난주에만 36% 폭등하며 1983년 선물 시장 출범 이후 최대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8일 저녁 시장 개장 후 20% 추가 상승하며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사태는 지난달 28일 시작됐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후 이란 해군 함장이 선박들에 호르무즈 해협 진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는 것으로 보이는 녹음 파일이 업계에 퍼졌다. 유조선 통항은 사실상 멈췄고, 8일 기준 1000척 이상의 선박이 해협 앞에서 발이 묶였다. 9척의 선박에 대한 공격으로 선원 1명이 사망하면서 선주와 선원들은 통항을 포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오만과 이란 사이 폭 21마일(약 34km)의 좁은 수로로,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건체이스 애널리스트는 “기록된 역사 전체를 통틀어 이 해협이 봉쇄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이것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나리오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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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유 가격 추이. 석유 금수 조치, 이란 혁명, 걸프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지정학적 사건 때마다 유가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조정 기준, 단위: 배럴당 달러, 자료: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WSJ)


중동 산유국 도미노 감산…3월말 하루 900만 배럴 감소 전망

수출로가 막히자 중동 산유국들이 연쇄적으로 감산에 돌입하고 있다. 이라크는 저장 용량 초과로 생산량을 3분의 2 이상 줄였고, 쿠웨이트 저장 탱크도 이미 가득 찼다.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도 생산 감축 신호를 보냈다.

카네바 애널리스트는 오는 13일까지 해협이 봉쇄된 채로 있으면 하루 400만 배럴 이상의 공급 차질이 발생하고, 이달 말에는 약 900만 배럴(전 세계 수요의 약 10분의 1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여기에 이란의 라스라판 가스 단지 드론 공격 이후 카타르가 LNG 생산을 전면 중단하면서 전 세계 LNG 공급의 20%가 사라졌다. 가스 액화 설비는 재가동까지 수 주가 소요되기 때문에 해협이 열리더라도 즉각적인 공급 회복은 어렵다.

에너지 분야 권위자 다니엘 예르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부회장은 “이것은 단연코 역사상 일일 원유 생산 기준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이라며 “몇 주간 지속된다면 전 세계 경제 전반에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의도는 ‘고통 극대화’…애널리스트 “장기전 가능”

예르긴 부회장은 이란의 에너지 시설·선박 공격이 미국과 동맹국들에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주어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분석했다. 러시아가 2022년 가스 공급 차단으로 유럽을 압박하려 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촉구하면서 월가의 조기 협상 기대는 사라졌다. 애널리스트들은 약화된 이란조차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구사한 미사일·드론 전술로 해협 봉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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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공언한 가운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7일(현지시간) 유조선 ‘뤄자산(Luojiashan)’호가 오만 무스카트 해역에 정박해 있다. (사진=로이터)


아시아·유럽 직격탄…각국 긴급 대응 나서

걸프만 석유의 약 80%를 수입하는 아시아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얀마는 차량 연료 배급제를 도입했고, 태국은 일부 연료 수출을 중단했다. 필리핀 정부는 점심시간 컴퓨터 전원 차단을 지시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헬륨 부족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럽에서는 겨울철 재고를 소진한 상황에서 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반면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국인 미국은 직접적인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모습이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장관은 “에너지 흐름이 곧 재개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글로벌 유가 상승은 미국 소비자 물가와 모기지 금리를 끌어올리며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기조를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을 줄이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 인도에 대체 공급원을 제공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대(對)러시아 압박 기조와 충돌하는 결정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의 비교…“이번엔 더 복잡”

리스타드 에너지 애널리스트 호르헤 레온은 1973년 아랍 석유 수출 금지를 역대 최대 충격으로 꼽으면서도 이번 사태의 복잡성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3개월 만에 유가가 4배로 뛰었고, 이후 미국의 에너지·외교 정책 기조를 수십 년간 규정지었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당시에도 유가가 두 배 이상 오르며 세계 경제 침체를 초래했다.

이번 위기가 과거와 다른 점도 있다. 미국이 에너지 수출국으로 전환했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자동차 연비 개선이 원유 의존도를 낮췄다. 중국은 200일치 수입분에 달하는 원유 비축량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LNG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유럽·아시아 경제의 새로운 취약성이 이번 사태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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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원유 생산 비중 추이. 중동과 북미가 글로벌 원유 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료: 에너지연구소, 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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