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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석 못 가린 기술특례…상폐·관리지정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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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3000 시대-기특제도 개선]
기특 상장 ‘5년 유예’ 종료 후 상장 폐지 사례 속출
글로벌은 인정했는데 국내선 ‘기평 탈락’ 아이러니도
평가 일관성 논란 속 벤처·투자자 모두 부담 커져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기술특례상장 제도 도입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옥석 가리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 이후 부진 기업이 늘어나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이 국내 기술성 평가에서는 탈락하는 엇갈린 사례도 나타나면서 평가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그래픽=문승용 기자)


‘좀비기업’ 양산 부추기나…기술평가 검증력 도마 위

대표적인 문제는 상장 이후 실적 부진이다.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했지만 수년째 의미 있는 매출을 내지 못하거나 연구개발 단계에 머무르다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기술성 평가 단계에서 강조된 ‘성장 잠재력’과 실제 사업화 성과 사이의 괴리가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5일 거래소에 따르면 기술특례 상장 기업 수는 2020년 25개에서 2021년 31개, 2022년 28개, 2023년 35개, 2024년 42개, 2025년 35개로 증가 흐름을 보여왔다. 하지만 상장 초기 일정 기간 면제됐던 유지 요건이 순차적으로 해제되면서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사례도 함께 늘고 있다.

특례 상장 기업들은 매출 요건을 최대 5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기준을 3년간 유예받는다. 이후 일반 상장사와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데 유예기간이 종료된 일부 기업들이 연매출 30억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누적 손실을 벗어나지 못하며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기준 코스닥 관리종목 72곳 가운데 유틸렉스, 아이큐어, 에스엘에스바이오, 앱클론, 피씨엘, DXVX, EDGC 등 18개 종목이 기술특례 상장 기업이다. 대부분 법차손 또는 자본잠식 등 형식적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올해 들어서는 제일바이오, 파멥신, 인트로메딕, 웰바이오텍 등이 상장폐지 절차를 최종 마무리했다. 엔케이맥스와 카이노스메드는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종목은 모두 기술특례 상장 이후 실적 부진과 자본잠식 등이 겹치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평가 오류가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술특례 상장은 공모 단계부터 ‘미래 성장성’을 핵심 투자 포인트로 제시한다. 그러나 상장 이후 기술 개발이 지연되거나 사업화가 무산될 경우 주가 급락과 장기 부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락가락 기술성평가…“글로벌은 인정, 국내는 탈락?”

반대로 기술력이 충분함에도 평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비상장 바이오기업 아델은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하며 기술성 평가에 도전했지만 평가기관 두 곳으로부터 모두 BBB 등급을 받아 탈락했다. 기술이전 실적 등 사업성 입증이 부족하다는 점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개월 뒤 상황이 뒤집혔다. 아델은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ADEL-Y01’에 대해 최대 1조530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만 8000만달러에 달하는 대형 계약으로, 총 계약 규모 대비 선급금 비중이 7.7%를 기록하며 통상적인 기술이전 계약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기술력 자체는 평가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내 평가 체계와 글로벌 시장의 시각 간 괴리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사 사례도 있다. 중추신경계 혁신신약 개발사 소바젠은 기술성 평가에서 BBB·BBB 등급을 받아 탈락했지만,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와 난치성 소아 뇌전증 치료제 후보물질 ‘SVG105’를 총 75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이력이 있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대형 계약을 체결한 기업이 기술특례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의문이 제기됐다.

평가 결과의 일관성 문제도 꾸준히 제기된다. 하이센스바이오는 2023년 한국기술신용평가와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각각 A, BBB 등급을 받아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지만 이후 재도전 과정에서는 SCI평가정보와 이크레더블로부터 BBB, BBB 등급을 받아 탈락했다.

피노바이오 역시 2023년에는 A, BBB 등급으로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으나 이후 재도전에서는 BBB, BBB 등급을 받았다. 평가기관과 시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구조가 드러난 셈이다.

기술평가의 불확실성은 벤처기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하다 탈락할 경우 재도전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연구개발과 임상 등에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필요한 기업 입장에서는 이 기간이 사실상 자금 조달 공백기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기술특례 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평가 신뢰성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가 혁신기업의 성장 사다리로 기능하려면 평가의 전문성과 일관성, 사후 관리 체계가 함께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성장 기업에게 기술특례 상장은 단순한 엑시트 수단이 아니라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성장 경로”라며 “평가 탈락으로 상장 시점이 밀리면 임상과 개발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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