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가 지난달 4일 중국 베이징 징둥닷컴 본사에서 징둥닷컴과 이커머스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11번가 제공 |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미국 아마존에 이어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징둥닷컴과 협력에 나선 11번가가 글로벌 커머스 전략을 다시 꺼내 들었다. 아마존과의 협업으로 해외 직구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지만 2020년 이후 이어진 적자 흐름을 완전히 끊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지난 6년은 '아마존 효과' 이면에 가려진 고비용 구조와의 사투였다. 지난 2021년 8월, 11번가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아마존과 손잡고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선보이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해외 직구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평가와 함께 론칭 직후 해외 직구 거래액이 전월 대비 3.5배 이상 폭증하는 등 외형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실적 악화라는 과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2020년 적자 전환 이후, 초기 고객 유입을 위해 지급한 대규모 할인 쿠폰과 유료 멤버십인 '우주패스'의 마케팅 비용은 적자 폭을 키우는 주요 요인이 됐다. 여기에 쿠팡의 배송 경쟁력에 대응하기 위해 직매입 물류 서비스인 '슈팅배송'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물류 센터 운영비와 재고 관리비 등 인프라 비용 부담까지 겹쳤다.
실제 11번가의 연간 영업손실 추이를 살펴보면 고비용 구조의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2020년 98억 원의 손실로 시작된 적자 고리는 아마존 협업이 본격화된 2021년 694억원으로 불어났고, 공격적인 투자가 집중된 2022년에는 1515억원까지 치솟으며 정점을 찍었다. 이어 2023년에도 1258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아마존과의 협업이 브랜드 상징성은 키워주었으나 실질적인 장부상의 흑자 전환까지는 견인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근 11번가의 행보에는 변화의 기류가 뚜렷하다. 2024년부터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마케팅 효율을 극대화하는 내실 경영에 집중한 결과, 2024년 영업손실을 754억원으로 줄인 데 이어 2025년에는 연간 영업손실을 396억원까지 축소하며 전년 대비 적자 폭을 47%나 개선했다. 특히 주력 사업인 오픈마켓 부문은 2024년 3월부터 2026년 1월까지 23개월 연속 월간 흑자를 기록하며 반등의 발판을 확실히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시점에서 등판한 징둥닷컴 카드는 과거 아마존식 직구와는 전략적 궤를 달리한다. 이번 협업은 국내 판매자의 상품을 중국으로 내보내는 '역직구'에 방점이 찍혀 있다. 11번가는 징둥닷컴 내에 전용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K-뷰티, 패션, 식품 등 고수익 상품군을 중국 시장에 직접 공급한다. 이는 막대한 직매입 리스크를 짊어지는 대신, 징둥의 플랫폼 파워와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수수료와 물류 대행 수익을 챙기는 '저비용·고효율' 모델이다. 아마존 때 겪었던 마케팅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실질적인 전략인 셈이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주요 사업자들의 전략 변화와 합종연횡이 맞물리며 고도의 격변기를 지나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인 쿠팡이 멤버십 요금 인상과 개인정보 관리 이슈 등 대내외적 변수에 직면한 가운데, 신세계그룹의 지마켓은 알리바바 그룹과 합작법인(JV) 설립 등을 포함한 전방위적 물류·소싱 파트너십을 맺으며 시장 판도 재편에 나섰다. 단순 투자를 넘어 중국 최대 물류망과 국내 유통 인프라를 결합하는 거대 연합군의 등장이다.
이러한 혼전 속에서 11번가는 미국 아마존에 이어 중국 징둥닷컴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G2 커머스 라인업' 구축을 통해 차별화된 입지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초저가를 내세운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가 가품 논란 및 품질 저하 문제로 소비자 신뢰도에서 부침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정품 보장과 자체 물류망(징둥로지스틱스) 인프라를 강조하는 징둥과의 연합은 신뢰도 중심의 직구·역직구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결국 6년간 이어진 적자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 11번가 입장에서 징둥닷컴은 수익성 개선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마존과의 협력이 브랜드 인지도와 직구 기반을 닦는 과정이었다면, 징둥과의 협력은 실질적인 거래액 확대와 전사 흑자 전환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라며 "이러한 글로벌 연합 전선이 실제 경영 실적으로 연결될지가 11번가의 향후 기업 가치와 IPO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효정 기자 queen@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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