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에서 장보고‑Ⅲ Batch‑Ⅱ 1번함 장영실함 진수식이 열리고 있다. 2025.10.22 해군 제공 |
한국과 독일이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놓고 치열한 수주 경쟁 중인 가운데, 캐나다가 잠수함을 절반씩 분할 발주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한국과 독일 모두에서 자동차 산업에 대한 잠재적 투자를 끌어내는 등 산업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헤징(위험회피) 차원이자, 정치적 균형을 맞추려는 목적도 깔린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앤드메일은 캐나다 정부가 한국의 한화와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에 각각 6척씩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독일 TKMS가 건조하는 ‘타입 212CD’ 잠수함 6척을 대서양 연안에 배치하고, 한화오션의 ‘KSS-Ⅲ 배치-Ⅱ’ 잠수함 6척을 태평양 연안이나 인도·태평양 지역에 투입하는 구상이다.
소식통은 매체에 “국가의 경제·군사적 필요를 기준으로 계약 분할 여부를 평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면서 “계약을 분할할 경우 캐나다는 (한국과 독일) 양국으로부터 자동차 산업에 대한 잠재적 투자를 포함한 산업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CPSP는 2030년 중반 퇴역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4척)의 대체 전력으로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건조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TKMS가 최종 결선에서 수주 경쟁 중인 가운데 이르면 올해 6월 중 수주 업체가 결정될 전망이다.
캐나다는 자국 제조업 기반 강화를 위한 자동차 분야 투자를 요구한 가운데 한국에는 현대차의 현지 공장 설립을, 독일에는 폭스바겐 추가 시설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맥귄티 캐나다 국방장관은 지난달 한-캐나다 군사·국방 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번 입찰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진행될 것임을 확인해두고 싶다”며 입찰 과정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분할 발주, 리스크 분산 유리…운용 복잡성 숙제
캐나다 입장에서 분할 발주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고 정치적 균형을 맞추는 장점이 있다. 대서양과 태평양이라는 서로 다른 작전 환경을 고려할 때, 양측 설계를 각각 활용하는 구조가 전략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방산 수주와 연계한 산업 투자 유치를 통해 두 입찰국으로부터 모두 실리를 챙길 수 있다.
그러나 잠수함 사업은 단순 장비 구매를 넘어 30년 이상의 유지·보수·정비(MRO), 교육·훈련 체계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대규모 프로젝트다.
플랫폼이 이원화될 경우 승조원 교육, 부품 조달, 정비 인프라 구축 비용이 증가하고, 장기 MRO 체계도 별도로 운영해야 해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단일 수주 전제 흔들리나…조건 재조정 불가피
한국 입장에서는 분할 발주가 최선은 아니지만 수주를 현실화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CPSP는 한국 방산업계가 북미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최대 규모 프로젝트기 때문이다. 6척이라도 확보하면, 한국 잠수함이 북미 해군 전력으로 운용되는 첫 사례가 된다.
생산 일정 측면에서 부담이 완화된다는 분석도 있다. 12척을 단기간에 수주할 경우 국내 해군 물량과 병행해야 하는 생산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6척은 상대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규모라는 평가다.
다만 단점도 명확하다. 잠수함 사업은 초기 건조 계약뿐 아니라 수명주기 전반에 걸친 MRO서 수익이 발생한다. 발주 수가 절반(6척)으로 줄어들면 이런 장기 수익도 절반으로 감소한다. 또 캐나다 해군의 단일 표준 플랫폼이 되지 못하면, 향후 개량 사업에서 주도권도 제한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독일 모두 12척 단일 수주를 전제로 기술이전, 현지 투자, 산업 협력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 또한 조정이 불가피하다. 일례로 현대차그룹이 CPSP 수주와 관련해 캐나다에 수소연료전지 인프라 구축 방안을 제시한 상황이지만 이 역시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봐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화오션 관계자는 “조달정책 및 방법은 캐나다 정부의 판단이자 권한”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캐나다 총리, 장영실함 시찰 - 김민석 국무총리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30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 장영실함을 시찰하고 있다. 왼쪽부터 데이비드 맥귄티 캐나다 국방장관, 김 총리, 카니 총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2025.10.30 연합뉴스 |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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