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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정권 약화, 中에 단기적 충격·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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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에너지 안보 등 단기 충격 있겠지만 이란의 대중 의존 커질 것"
中 대응, 수사적 수준 그쳐…"이란 문제 中 핵심이익과 동떨어져"
연합뉴스

미·이스라엘 vs 이란 교전 사흘째…테헤란 곳곳 폭발음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군사 충돌로 중동 정세가 혼란에 빠져들면서 이란의 우방이자 미국의 전략경쟁 상대인 중국의 중동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사태는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공급망 혼란 등으로 중국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란의 대중 의존도를 높이는 등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외교적 수사 외에 실질적 도움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 문제가 중국의 핵심이익과는 동떨어져 있다며 중국이 이란에 실질적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 취약한 경제 상황서 에너지 안보 위협…'일대일로' 균열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들면서 중국은 당장 에너지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고 원유 수입량의 약 3분의 1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중동 지역 분쟁 격화와 그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봉쇄로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경우 경기 둔화와 내수 침체 등 구조적 도전에 직면한 중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란은 중국에 저렴한 석유 공급원이었다. 중국은 미국 등 서방의 제재 대상인 이란으로부터 공식적으로는 석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으나, 제3국 경유 환적 등 비공식 경로를 통해 이란산 원유 수출량의 약 80%를 구매하는 것으로 원자재 정보 업체 케이플러는 분석했다. 중국의 전체 석유 수입량 중 이란산 비중은 약 13%로 추산된다.

미국 컨설팅회사 롱뷰글로벌의 드워드릭 맥닐 수석정책분석가는 2일(현지시간) CNBC 기고에서 "유가 상승은 산업비용 상승과 경제 전반에 걸친 새로운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제재 조건 아래 할인가로 이란산 원유에 의존해온 중국의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며 "단기적으로 걸프지역 불안정은 중국에 실질적인 경제적 고통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지리적 요충지이자 중국의 중동지역 내 핵심 전략 파트너였던 이란에서 중국이 추진해온 각종 투자 프로젝트도 불투명해졌다.

중국은 2021년 안정적 원유 공급을 받는 대가로 25년간 이란의 금융, 통신, 항만, 철도, 의료, 정보기술 등 분야에 4천억달러를 투자하는 전략 협정을 맺는 등 이란과의 협력을 강화해왔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이란 지도부 제거에 따른 이런 투자 프로젝트의 동결은 중국 국유부문에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3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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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란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장기적으로는 기회? "이란 對중국 의존 커질 것"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이 이러한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에 충분히 대비해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중국 정유사들은 작년 말 현재 12억∼14억 배럴의 석유를 비축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3개월까지 버틸 수 있는 양이라고 라디오 프리 유럽/라디오 리버티(RFE/RL)가 보도했다.

중국은 또한 이란 외에도 러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했으며 최근 수년간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도 높여왔다.

맥닐 롱뷰글로벌 분석가는 "중국 정유사들은 여러 파트너를 상대로 (원유 구매를) 재조정함으로써 제재와 공급 중단에 적응해왔다. 이 시스템은 공급 충격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 번의 충격으로 전체 경제가 마비되지 않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중국이 2021년 이란과 체결한 25년간 4천억달러 투자협정의 실제 이행 규모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란 정권 약화가 중국에 기회일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지도부 혼란이 이어지고 정권이 바뀌게 되더라도 이란의 대중 의존도는 줄어들기보다는 커질 가능성이 크며, 그에 따라 이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맥닐 분석가는 "'새로운 이란'에서 기회를 얻고자 하는 서방 기업들은 전 세계 신흥시장에서 중국과 해 온 것과 비슷한 경쟁을 해야 한다. 이란이 국제 제재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통합된다면 미국 기업의 기대와 달리 중국은 이란에서 입지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위기는 장기적으로는 중국에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아흐메드 아부두후 연구원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전인 지난달 27일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이나 내부의 소요 사태로 이란 정권이 약화할수록 이란은 외교적, 경제적, 기술적으로 중국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최대 압박이 가져올, 의도치 않았지만 중요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동지역 분쟁으로 미국의 집중력이 분산되는 것도 중국 입장에서는 전략적 이익이다.

아부두후 연구원은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은 작으며 미국과 이란 관계는 협상과 제한적 군사 충돌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런 간헐적 긴장 고조는 미국의 걸프지역 태세 유지를 위한 전략 비용을 높이고 인도·태평양에서 중국과의 대치를 방해하며, 미국의 군사·재정 자원을 서서히 고갈시킨다. 이는 미국의 패권 약화라는 중국의 글로벌 전략 목표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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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이란 국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수사적 지원 외 사실상 '뒷짐'…"이란 문제, 中 핵심이익 아냐"

이런 가운데 중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실질적인 지원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등 갈등 국면에서도 중국은 이란에 수사적 지원 이상의 것은 제공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이란 문제는 대만 등 중국의 핵심 이익과는 거리가 있는 데다 중국이 중동 지역에서 이란 말고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국가와 이스라엘과도 경제무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또한 전통적으로 구속력 있는 군사·안보 동맹을 맺지 않는 비동맹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에번 파이겐바움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부소장은 "중국은 핵심적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타국의 대외 방위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베이징의 핵심 안보이익은 먼 곳이 아닌 동아시아에 있다"며 "중국은 중동에서 이란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튀르키예, 이스라엘과도 생산적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글로벌 에너지센터의 조셉 웹스터 선임연구원도 "중국의 이익은 이란보다는 아랍 국가 쪽에 더 기울어져 있다. 아랍 국가들은 중국에 석유를 공급하며 중국이 판매하려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의 주요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RFE/RL에 말했다.

상하이의 민간 싱크탱크 상하이 림팩 전략국제연구소의 넬슨 웡 대표는 중동 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 기고에서 "중국의 가장 시급한 전략적 목표는 (대만과의) 통일이며 이 목표가 실현되기 전에 미국과 전면적인 대립을 심화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은 극도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웡 대표는 중국이 이란 문제에서 직접적인 참여는 자제하면서 공격받는 국가와 정상적인 국가간 관계를 유지하고 유엔에서 정치적·외교적 지원을 제공하면서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경제적 교류를 지속하는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비슷한 접근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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